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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세계 금리 흐름

한은 기준금리 깜짝인하…"돈 풀어 경기 살린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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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진 우려에 한은 기준금리 2연속 전격인하

내년 성장률 1.9% 전망, 잠재성장률 이하 추정

선제적 금리 인하로 외환시장 불안 등 위험요소 있어

아시아경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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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2차례 연속 인하했다.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를 빠르게 내려 경기부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2.1%에서 잠재성장률(2.0%)을 밑도는 1.9%로 하향 조정했다.

시장 예상 깨고 기준금리 전격 인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종전 3.25%에서 0.2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낮추며 3년2개월 만에 피벗(pivot·정책 전환)에 나선 바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하고 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였지만 한은은 2연속 금리 인하를 선택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인하 당시만 해도 "금융통화위원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기준금리를 3.25%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통화 완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한은이 예상을 깨고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최근 우리 경제상황이 매우 안 좋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0.1%로 예상치인 0.5%를 크게 밑돌았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반도체와 자동차, 이차전지 등 주력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한 것이 원인이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우리 수출과 경제성장률을 크게 낮추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국책연구원인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10~20%)가 실제로 부과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14%(약 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낮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은 물론 세계 모든 국가와 관세 전쟁을 벌인다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최악의 경우 1.1%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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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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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성장률 전망치 1.9%로 하향, 저성장 우려

한은이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도 이날 금리 인하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은은 이날 수정경제전망에서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1.9%로 내렸다. 1.9%는 한은이 추정하는 우리 잠재성장률인 2.0%에도 미달하는 수치로 한국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을 시사한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2.1%에서 1.9%로 낮췄다.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이 한은이 제시한 1.9%에도 미달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을 내놓는 민간 연구기관들도 늘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가 될 것"이라며 "수출 약화는 이미 올해 하반기 시작됐고 이에 따라 투자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모건스탠리도 내년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7%로 제시했다. 모건스탠리는 내수 부진과 트럼프 관세 정책을 부정적으로 꼽았다. 노무라증권과 JP모건, 바클레이스, 시티 등 다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대 후반으로 낮춰잡았다.

손종칠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투자도 위축되고 기준금리 인하 속도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내년 우리 경제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국채 발행 등 정부의 개입 없이 내년 경제성장률이 2.0%를 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대선 이후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성장률 하방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기준금리 인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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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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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빨라 외환시장 불안 가능성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가장 큰 문제는 환율이다. 이달 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이후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뛰어 지난 13일 장중 1410원 선을 넘어 2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크게 내리지 않고 1390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수 있고,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달러 강세를 불러왔고, 우리 외환시장에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면서 달러 가치가 더 상승해 환율이 재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환율이 너무 뛰면 수입물가를 자극해 우리 경기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은의 두 가지 목표인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 서로 다투고 있는 상황인데 현시점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환율"이라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 신중론으로 돌아선 미국과의 엇박자도 우려된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26일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위원들은 향후 금리 인하를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위원들은 미국 경제가 호조를 지속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중립금리' 수준에 불확실성이 있는 점을 금리 인하 속도조절의 근거로 내세웠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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