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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돈 벌긴커녕 돌려줄 판"…학생 안 보이는 동덕여대, 상인들 '시름'[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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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인근 상권. 유동인구 없이 스산한 모습이다. /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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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학생들이 반품을 해서 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이야. 매출이 안 줄겠어?"

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인근 한 대형 문구점의 60대 사장 김모씨는 "학교 연구실에서 프로젝트가 진행이 안 된다고 30만원어치 물품을 반품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동덕여대 상황을 다 아는 입장에서 시위 끝나고 나서도 계속 볼 고객이니 어쩔 수 없이 반품해줬다"고 했다.

지난 7일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공학 전환 반대' 입장문을 낸 지 3주째인 이날 학교 인근 상가는 학생들 발걸음이 끊겨 시름에 잠겼다.


"공학 돼야 상권도 더 활발해질 텐데" 학생들 존중, 그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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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9시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인근. 캠퍼스 입구 쪽에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출근에 여념 없는 직장인과 쉴 새 없이 내리는 눈을 치우러 나온 주민들이 보였다. /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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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교 1교시 수업 시작 시간인 오전 9시가 되도록 캠퍼스 입구 쪽에 학생들은 보이지 않았다. 출근에 여념 없는 직장인과 쉴 새 없이 내리는 눈을 치우러 나온 주민들이 보일 뿐이었다.

포털사이트에 '영업 중'으로 나타난 문구점과 책방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아침부터 문을 여는 분식점에 동덕여대 학과 점퍼를 입은 학생 1명이 홀로 아침 식사를 했다. 그 밖에 식당을 찾은 손님은 모두 50~60대로 보였다.

학기 중인 데다가 기말고사를 앞둔 시점에 특히 북적거릴 점심시간에도 인근 상권은 조용했다. 배달 오토바이가 1분에 1대꼴로 주문을 받고 지나가는 가운데 식당 내부 테이블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은 테이블 10개 중 3개만 손님이 앉았다. 접근성이 뛰어난 건물 1층 카페는 손님이 1명도 없었다.

학생과 학교 교직원을 상대로 영업하는 식당, 카페는 물론이고 문구점과 인쇄소 업주들도 "방학 때보다 손님이 없다"는 반응이다.

동덕여대 인근 분식점 직원 이모씨(60대)는 "사태가 시작되고 나서 손님이 줄었다"며 "남녀공학이 돼야 학교도 발전하고 이쪽 상권도 더 활발해질 텐데 솔직히 (학생들에게) 공감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주장하는 것이 있으니 그 점은 존중한다"고 했다.

손님 10명 중 9명이 동덕여대 학생이라는 한 카페의 직원 A씨(21)는 "학생들이 학교에 잘 안 오니까 저번 여름방학 때보다 손님이 더 없다"며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고 너무 과격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얼른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눈 쌓인 '학과 점퍼'…학교 측 "퇴거 단행 가처분 신청 제기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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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 눈이 쌓인 래커. /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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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발걸음이 끊겨 텅 빈 상권처럼 캠퍼스도 스산한 모습이었다. 오전 11시가 되도록 고요한 학교에 뽀득뽀득 눈 밟는 소리만 울렸다. 눈이 쌓인 곳에도 2명 정도가 지나간 발자국만 남았다. 전날 분 돌풍에 쓰러진 근조화환도 넘어진 채로 눈을 맞았다.

교내 도로에 곳곳에 제설 작업이 이뤄졌지만 본관 앞 늘어놓은 학과 점퍼 위로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빨간색, 남색 등 형형색색의 점퍼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한다'고 적힌 현수막도 밤사이 쌓인 눈 무게에 축 처졌다.

이처럼 공학 전환 논의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본관 점거 시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학교 측은 서울북부지법에 학생들의 본관 퇴거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앞서 지난 25일 동덕여대는 총학생회 측과 3차 면담을 진행했으나 '본관 점거 해제'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학교 측은 총학생회에 '본관 점거를 해제하라'고 요구했고 총학생회는 '공학 전환 논의 철회가 먼저'라며 평행선을 걸었다.

본관 점거 해제에 대한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총학생회 측은 본관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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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캠퍼스 본관 앞 늘어놓은 학과 점퍼에 눈이 쌓였다. /사진=이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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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기자 miroo@mt.co.kr 이혜수 기자 esc@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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