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소재인 모녀 관계 그린
‘시즈코상’ ‘조이 럭 클럽’ 복간
왼쪽 두 책은 2010년 출간된 ‘나의 엄마 시즈코상’과 이달 복간된 ‘시즈코상’. 오른쪽 두 책은 ‘조이 럭 클럽’의 1990년 판본과 재출간본. /이레·아름드리미디어·문학사상·들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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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서가 돌아온다. 에세이 ‘시즈코상’, 소설 ‘조이 럭 클럽’ 등 모녀 관계를 소재로 한 절판 도서가 최근 나란히 복간됐다. 예나 지금이나 엄마와 딸은 지지고 볶고 싸우면서도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묘한 핏줄 관계. 이처럼 시대를 초월해 낡지 않은 문화적 코드를 가진 작품들이 독자들의 성원 끝에 다시 서점가 매대에 오르고 있다.
일본 그림책 작가이자 에세이스트 사노 요코의 ‘시즈코상’은 한동안 서점에서 구할 수 없었다. 치매에 걸린 엄마를 실버타운에 모신 뒤 회한과 엄마와의 애증 관계를 글로 풀어냈다. 2010년, 2016년 각각 이레, 펄북스 등에서 나왔다가 절판돼 많은 독자를 애타게 했다. 이달 말 아름드리미디어가 펴낸 재출간본은 2008년 일본어판을 변형 없이 그대로 옮겼다. 송지현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외주 편집자, 디자이너 등이 원고를 읽고 펑펑 울더라. 복간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했다.
1990년 문학사상에서 펴낸 중국계 미국인 작가 에이미 탄의 소설 ‘조이 럭 클럽’도 이달 들녘에서 복간됐다. 1989년 출간 이후 세계 17국에 번역됐고, 출간 당시 77주 동안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1993년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엄마와 딸 이야기로는 대중소설임에도 현대 고전급으로 꼽힌다. 국내 출간 당시 재쇄를 찍지는 않았지만, 전 세계 독자들 사이에서 오래 회자되는 작품이다.
1980년대 미 샌프란시스코를 배경으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다룬다.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엄마는 아픈 사연을 가슴에 꽁꽁 묻어뒀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딸은 엄마의 바람대로 완벽한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지만, “슬픔보다 코카콜라를 더 많이 마시며” 자랐다. 둘 사이에는 좁혀지지 않는 간극이 있다. 모녀 관계에 이민자 서사까지 곁들인 셈. 드라마 ‘파친코’, 영화 ‘미나리’ ‘패스트라이브즈’ 등 디아스포라 콘텐츠가 인기인 요즘 트렌드에도 맞춤이다. 이수연 편집자는 “이민자 여성의 삶을 다룬 문학 작품으로는 계속 그 가치를 인정 받는 작품”이라며 “역사 속에서 삶이라는 격랑을 몸으로 헤치며 살아온 여자들 이야기에는 오늘의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이 있다”고 했다.
알라딘, 예스24 등 인터넷서점도 북펀딩을 통한 재출간에 공을 들인다. 올해 알라딘 북펀딩 1위는 한국계 미국인 예술가 차학경(1951~1982)의 유작 ‘딕테’다. 펀딩 목표 금액 100만원을 훌쩍 넘겨 4173만원을 끌어모았다. 1982년에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자서전이면서 시·소설·역사 서술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아시아계 미국 문학 연구자들과 페미니즘 연구자들이 주목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그간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20만~30만원에 팔렸고, “예술품이 다시 세상에 나와주기를” “너무 읽고 싶어서 영어 원문으로 구해 읽었다” 등 재출간을 염원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예스24에서는 12·12 희생자 고(故) 김오랑 중령의 아내 백영옥의 자전 에세이 ‘그래도 봄은 오는데’가 북펀딩을 통해 35년 만에 재출간됐다. 영화 ‘서울의 봄’이 화제가 되면서 복간에 성공한 사례다.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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