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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사설]公기관 57곳 수장 공백, 6개월 이상도 24곳… 사업-인사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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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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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마다 기관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공공기관 339곳 가운데 57곳에서 기관장 임기가 이미 끝났지만 후임을 뽑지 못했다. 27곳은 임기 만료된 기관장이 레임덕 상태로 업무를 이어가고 있고, 30곳은 아예 기관장 자리를 비워 놨다. 국정과제 추진의 몸통인 중앙정부가 정책 추진 동력을 잃고 무기력증에 빠졌다면, 손발 역할을 해야 할 공공기관들은 리더십 부재로 기능 정지에 들어갔다.

기관장 공백 사태가 6개월을 넘긴 공공기관도 24곳이나 된다. 지난해 말 전임 사장이 사퇴한 강원랜드는 11개월째 사장 자리가 비었는데, 후임 모집 공고조차 나오지 않아 해를 넘길 게 확실시된다. 2월에 기관장 임기가 끝난 한국부동산원은 4개월째 ‘원장 모집 중’이다. 내년 1분기까지 기관장 임기가 끝나는 기관이 38곳이나 돼 기관장 공백 사태가 더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수장 공백으로 공공기관 내 의사결정이 지연되면서 업무 비효율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임 기관장의 역점 사업은 힘을 잃었고, 앞으로 힘줘야 할 사업은 불확실하니 일손을 놓는 분위기다. 직원들은 후임 기관장으로 누가 오느냐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경영 실적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7개월 넘게 사장이 비어 있는 한국공항공사는 1년 사이에 부채가 10%가량 늘었고 부채비율도 상승했다.

인사 수요가 한꺼번에 몰리는 정부 초기에는 인사 적체가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대통령 임기가 반환점을 돈 아직까지도 기관장 공백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인사시스템이 무너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통령실이 산하기관 인사까지 일일이 관여하고, 검증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인선 절차가 늘어지고 있다. 최근 대통령실의 장악력이 떨어진 것도 공공기관 인사 파행에 한몫한다.

취임 초기 윤석열 대통령은 “공공기관 혁신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강도 높은 개혁을 주문했다. 하지만 출발만 요란했을 뿐 사방에서 전문성 없는 낙하산이 날아들었고, 개혁은 흐지부지됐다. 곳곳에 기관장이 비어 있는 지금은 “낙하산이든 뭐든 빨리 내려오기라도 하면 좋겠다”는 자조가 나올 판이다. 중앙정부와 공공기관이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정책이 굴러가는데, 지금처럼 삐걱대다간 국가 정책이 작동 불능에 빠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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