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곳곳 피해 잇따라
미끄러질라, 조심조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기록적인 눈이 내린 27일 서울 서대문구에서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은 채 눈 쌓인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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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에 발길 몰린 수도권
직장인 “이미 지각 확정” 한숨
서울·강원 등 수백 가구 정전
교통사고 사망 2명·부상 속출
27일 내린 폭설로 수도권과 강원·전북 등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새벽부터 쏟아진 많은 눈으로 ‘출근길 대란’이 벌어졌고, 도로가 결빙되면서 버스 등이 도착하지 않아 퇴근길도 어려움을 겪었다. 항공 결항·지연도 500편에 육박했다.
대설특보가 발효된 서울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시민들이 지각을 걱정하며 눈 쌓인 길을 종종걸음으로 걷다 휘청이길 반복했다.
경기 안양에서 서울 공덕동으로 출근한 김수경씨(30)는 “원래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오늘은 눈 때문에 큰일 날 것 같아 일부러 지하철을 탔다”며 “다들 버스 대신 탔는지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출근 지옥’으로 유명한 서울 지하철 1호선 신도림역도 버스나 자가용 대신 지하철을 선택한 시민들로 평소보다 붐볐다. 열차 4대를 그냥 보낸 끝에 2호선으로 환승한 직장인 김선빈씨(29)는 “버스도 천천히 오고 지하철도 늦게 오는 탓에 지각은 이미 확정”이라며 답답해했다.
오후 들어 도로가 얼어붙으면서 퇴근길도 일대 혼란을 겪었다. 수인분당선 수원시청역은 차 대신 지하철로 가려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극심한 혼잡을 보였다. 이모씨는 “퇴근길에도 눈이 많이 온다는 소식에 차를 사무실에 두고 왔다”며 “버스로 환승해야 하는데 여차하면 그냥 걸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겨울 첫눈이 내린 서울은 동북부 지역에 20㎝ 넘는 눈이 쌓여 11월 기준 가장 많은 적설량을 기록했다. 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상향하고, 인력 9685명과 장비 1424대를 투입해 제설 대응에 돌입했다. 교통 혼잡에 대비해 지하철 2호선, 5~8호선을 대상으로 출근시간대에는 20회, 퇴근시간대에는 15회 증회 운행했다. 시내버스도 차고지 출발 시간 기준으로 30분씩 연장 운행했다.
미끄러져 뒤집힌 트럭 27일 대설 특보가 내려진 전북 진안군 진안읍 익산∼포항 고속도로에서 화학물질을 싣고 가던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져 전복돼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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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오전 6시40분쯤 강원 홍천군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울 방향 서석터널 부근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제네시스 승용차를 25t 트럭이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쳤다. 오후 2시5분쯤에는 경기 화성시 비봉매송 도시고속화도로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직행 좌석버스가 차 대 차 사고 현장에서 교통 통제 중이던 도로 운영사 30대 직원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났다.
이날 오후 5시50분쯤에는 강원 원주시 호저면 만종리 만종교차로~기업도시 방면 도로에서 53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1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일대는 대규모 혼잡을 빚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장 폐쇄회로(CC)TV와 신고 등을 살핀 결과 도로 노면 블랙아이스가 원인으로 차량이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연쇄 추돌한 것으로 파악했다.
쌓인 눈 때문에 나무 쓰러짐 사고도 빈발했다. 이날 오전 5시30분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일대 174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가로수가 쓰러지며 전주와 전선을 접촉해 정전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 우천·둔내·갑천·공근면·횡성읍 일대 274가구도 같은 이유로 정전됐다.
항공기 운항도 차질을 빚었다. 오후 5시 기준 인천국제공항에서는 항공기 71편이 결항되고 109편이 지연운항했다. 김포공항과 김해공항 등 14개 공항에서는 오후 6시까지 결항 84편, 지연출발 201편이 발생했다. 이날 밤과 28일 오전까지 눈이 계속 내릴 것으로 예상돼 항공기 결항과 지연운항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송이·오동욱·고희진·김태희·최승현·박준철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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