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사설]탄핵 반발하는 검찰, 시민은 검사들이 한 일 알고 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27일 서울중앙지검 청사 안으로 방문객이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들이 27일 더불어민주당의 지휘부 탄핵 추진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전날엔 이 검찰청 차장검사들이 같은 취지의 성명을 냈다. 지휘부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현실화하자 중간간부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위헌·위법적 시도”라고 야당을 비판하지만, 정권의 호위무사 같은 행태로 검찰의 존재 이유와 존립 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있는 검사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33명은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입장문에서 “탄핵 시도는 헌법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고 법치주의를 형해화하는 위헌·위법적 시도”라고 주장했다. 또 “검찰의 기능 유지가 위협받게 되면 수많은 수사와 재판이 지연되고 형사 사법체계에 공백이 발생해 결국 국민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고 했다. 전날에는 이 검찰청 1·2·3차장검사가 “검사들에 대한 위헌적, 남용적 탄핵 시도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의 탄핵소추안을 다음달 2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해 4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이로써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탄핵소추를 했거나 추진 중인 검사는 9명으로 늘었다. 그중 2명의 탄핵소추안은 헌법재판소가 기각했다. 입법부의 검사 탄핵소추권은 정치권이 검찰을 길들이고 무력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 탄핵 추진 대상 중에는 이재명 대표 수사·기소에 관여한 검사들도 있어 ‘보복 탄핵’ ‘방탄 탄핵’으로 비칠 소지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검사 출신 대통령 아래서 검찰이 보이는 역대 최악의 정치적 행태가 탄핵 추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이 정부에서 검찰은 야당과 전 정권 인사들을 10만원 단위까지 문제 삼아 탈탈 털어 수사·기소했거나 수사 중이다. 반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은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퉈볼 만한데도 늑장 수사하다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야당이 탄핵권을 남발한다고 주장하는데, 설혹 그런 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건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남용한 데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검찰공화국의 암울한 풍경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국민 불신이 높아진 검찰 어디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검사들은 야당의 탄핵 시도에 비분강개할 만큼 떳떳한지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보기 바란다.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짧게 살고 천천히 죽는 ‘옷의 생애’를 게임으로!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