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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출퇴근 대란에 눈길 53중 추돌까지···중부지역 오늘도 '눈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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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역대 최고 '20㎝ 폭설'

117년 만에 역대 최고 수준 적설

종전 최고 기록과 4㎝ 이상 차이

공사장 보행로 붕괴에 1명 심정지

강원도 원주서 53대 연쇄 추돌사고

출퇴근길 직장인 지하철 출근 전쟁

여객기 200여편 결항·지연 잇따라

중대본 2단계, 대설위기경보 '경계'

28일까지 중부 지방에 폭설 계속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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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관측 이래 11월 중에 역대 최고 수준의 ‘첫눈 폭탄’이 떨어지면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20㎝에 달하는 많은 눈이 내리자 자동차 대신 지하철·버스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출근길 대란이 빚어졌다. 미끄러운 도로 탓에 차들이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키며 1명이 숨지고 무거운 눈을 못 견딘 차고지가 붕괴돼 1명이 목숨을 잃는 등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차량 53대가 추돌해 11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도 발생했다. 눈이 쌓여 부러진 나뭇가지가 전선을 덮쳐 정전이 발생하는가 하면 공항 역시 폭설에 갇혀 하루에만 항공기 150편과 여객선 89척이 결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반도를 덮친 때 이른 눈 폭탄은 중부 지역을 중심으로 28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며 인적·물적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27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의 일최심적설(하루 24시간 중 실제 지표면에 쌓인 눈의 최대 깊이)은 16.5㎝로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1월 적설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1972년·12.4㎝)을 4㎝ 이상의 차이로 52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성북구와 강북구에는 각각 20.6㎝, 20.4㎝의 눈이 쏟아졌다.

갑작스러운 폭설에 곳곳에서 사고가 잇따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분께 경기도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 인근 도시고속화도로에서 교통 통제를 하던 30대 고속도로 운영사 직원이 눈길에 미끄러진 버스에 치여 숨졌다. 해당 직원은 승용차와 화물차 사이에서 발생한 사고로 현장으로 출동해 인근 교통을 통제하던 중 참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3시께는 송파구 가락동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보행자 통로 지붕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갑자기 무너지면서 행인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행인 3명이 부상(2명 중상·1명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같은 날 경기 양평군 옥천면의 한 농가에서 제설 작업 중이던 80대가 차고지 붕괴로 숨졌다. 알루미늄 소재로 된 천막형 차고지 위에 쌓인 눈을 치우던 과정에서 갑자기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 평택시 도일동 A 골프연습장 상부 철제 그물(가로 100m, 세로 30m)이 무너져 바닥 그물에서 눈을 치우던 30대 근로자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교통사고도 잇따라 발생했다. 이날 오후 5시 50분께 원주시 호저면 인근 도로에서 블랙아이스에 차량이 미끄러지며 53대가 연쇄적으로 추돌해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앞서 오전 6시 40분에는 강원 홍천군 서석면 수하리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울 방향 서석터널 앞에서 눈길에 미끄러진 제네시스 승용차를 뒤따르던 25톤 트럭이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뒤따르던 차들이 잇따라 추돌하면서 5중 추돌 사고로 이어졌으며 이 사고로 제네시스 차량 동승자 A(84) 씨가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기 남양주시 별내면 세종~포천고속도로 남양주별내휴게소 인근에서는 6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고 인천대교와 용인 수지구 포은대로, 수원시 영통구 용서고속도로 등에서도 연쇄 추돌 신고가 접수됐다.

정전 또한 잇따랐다.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는 가로수가 전선을 덮쳐 174가구가 정전됐다. 비슷한 시간 서울 은평구에서도 전신주가 쓰러져 39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 하늘길과 바닷길도 막혔다. 한국공항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예정된 항공편 가운데 40편이 취소됐고 지연된 경우는 총 105편으로 집계됐다. 여객선 또한 100여 척이 운항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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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소식에 출근 시간을 앞당긴 직장인들은 ‘출근 전쟁’을 벌여야 했다. 이날 오전 8시 1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에 도착하는 지하철은 모두 만차 행렬이었다. 탑승하려는 시민과 하차하려는 시민이 뒤엉키면서 제 시간에 역을 떠나지 못해 연착도 이어졌다.

같은 시각 2호선과 4호선 환승역인 서울 동작구 사당역에 줄을 서 있던 20여 명의 사람들이 하차 후에 열차 탑승을 시도했지만 절반도 타지 못한 채 지하철은 다시 만원이 됐다. 사당역 인근 복지관에서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인파 관리 자원봉사에 나선 70대 이 모 씨는 “평소에는 정류장 신호등 신호가 바뀔 때마다 버스에서 200명 정도가 내려서 3번 출구로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데 오늘은 300명이 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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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는 서울 전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되고 밤사이 곳곳에 20㎝ 안팎의 큰 눈이 내리자 오후 2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2단계로 격상하고 대설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했다. 서울시 또한 제설 비상근무를 2단계로 격상해 9685명의 인력과 1424대의 제설 장비를 투입했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은 오전 출근길 인파가 몰리며 러시아워 운행을 9시 30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눈 폭탄은 북서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여름과 가을에 받은 열이 아직 식지 않아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상을 지나면서 ‘해기차(대기와 바닷물 간 온도 차)’에 의해 눈구름대가 만들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현재 서해 해수면 온도는 14~16도로 높은 편으로 찬 북풍 계열 바람이 지날 때 구름대가 발달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번 주 내내 전국 곳곳에서 강풍을 동반한 눈이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특히 28일까지 중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전부터 대부분의 지역에서 눈이 그치겠지만 강원도 중·남부 내륙, 산지와 경북권 내륙은 오후(낮 12시~오후 6시), 경기 남부·충청권·전라권·제주도는 밤(오후 6시~자정)까지 눈 소식이 있다. 28일까지 이틀간 수도권 예상 적설량은 서울·인천·경기 북서부·서해5도 3~8㎝(많은 곳 10㎝ 이상), 경기 남부·북동내륙 5~15㎝(〃 20㎝ 이상) 등이다.

채민석 기자 vegemin@sedaily.com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장형임 기자 jang@sedaily.com박민주 기자 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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