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8 (목)

117년 만의 11월 서울 눈 폭탄…'절리저기압·뜨거운 서해' 영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BS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 등 중부 지역에 많은 눈이 내린 27일 오후 우산을 쓴 시민들이 서울 여의도의 한 거리를 지나고 있다.


한반도 북쪽에 정체한 차가운 저기압과 지난여름부터 좀체 식을 줄 모르는 '뜨거운 서해'가 수도권에 '눈폭탄'을 떨어뜨렸습니다.

오늘(27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에 많은 눈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수도권은 적설이 기록적으로 많았습니다.

서울(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 기준)은 오늘 눈이 가장 높게 쌓였을 때 적설이 오후 3시에 기록된 18.0㎝입니다.

11월 일최심 적설로는 1972년 11월 28일(12.4㎝)을 제치고 1907년 10월 서울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날 밤 내린 눈을 제외하고 오늘 0시 이후 내린 눈만 따진 적설(일최심 신적설)도 오후 3시 17.2㎝로 11월 최고치입니다.

종전 1위는 1966년 11월 20일 9.5㎝였습니다.

인천도 오늘 적설량이 14.8㎝(오후 3시)로 1904년 8월 근대적인 기상관측 시작 이래 11월 일최심 신적설 신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원래 1위는 1972년 11월 23일 8.0㎝였습니다.

경기 수원 역시 21.0㎝(오후 3시)의 적설량을 보여 1964년 이후 11월 일최심 신적설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종전 기록은 1972년 11월 23일 기록된 8.5㎝입니다.

인천과 수원은 전날 밤엔 눈이 오지 않았고 오늘부터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기록적인 대설 원인은 지난여름 뜨거워진 서해바다와 절리저기압이라는 현상으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오늘 눈을 뿌린 구름대는 찬 바람이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해 위를 지나면서 형성됐습니다.

이를 통상 '해기차(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에 의한 구름'이라고 합니다.

차고 건조한 공기가 따뜻한 바다 위를 지나면 바다에서 열과 수증기가 공급돼 대기 하층이 불안정해지고 이에 대류운이 발달합니다.

그런데 현재 서해 해수면 온도가 12∼15도로 예년보다 1도 높습니다.

지난여름 뜨거웠던 바다가 아직 덜 식었다는 의미입니다.

바다가 뜨거우니 대기로 열과 수증기 공급이 많아지고 이는 강수량을 늘렸습니다.

결국 올여름 폭염의 영향이 오늘 대설로까지 이어진 셈입니다.

사실 11월에서 1월 사이 우리나라, 특히 서해안에 많은 눈이 올 경우 대부분은 서해상에 해기차에 의한 구름대가 발달하는 것이 원인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SBS

27일 오후 3시 10분 한반도 주변 위성 영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서해상 구름대가 발달하고 이 구름대가 내륙으로 들어와 눈이 내릴 땐 '주타깃'이 충남이나 호남일 때가 많습니다.

수도권에 많은 눈이 오더라도 주로 경기남부에 집중됩니다.

겨울철 우리나라 쪽으로 찬 공기가 내려오는 경우는 주로 중국 쪽에 발달한 대륙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시계방향으로 북풍이나 북서풍이 불 때이기 때문입니다.

풍향이 북풍에 가까울수록 서해상에 구름대가 만들어져도 내륙으로 들어오지 못하거나 깊숙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그러나 오늘은 서울에 폭설이 쏟아졌는데, 이는 한반도 북쪽 대기 상층에 '절리저기압'이 정체해있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대기 상층에서는 공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빠르게 흐릅니다.

이를 제트기류라고 하며 제트기류는 직선에 가깝게 흐를 때도 있지만, 뱀처럼 구불구불하게 흐를 때도 있습니다.

뱀처럼 움직이는 것을 사행(蛇行)한다고 하는데, 구불거림이 매우 심해지면 제트기류가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는 지점에 기압능이 발달하고 이 기압능이 제트기류의 동서흐름을 막습니다.

기압능 때문에 남쪽으로 더 많이 굽이쳐 흐르게 된 제트기류가 분리되면서 형성되는 것이 바로 절리저기압입니다.

절리저기압은 북극 찬 공기를 머금었기에 중심부가 매우 차고 대기를 매우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SBS

폭설 속 제설 작업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한반도 북쪽에 자리한 절리저기압의 반시계 방향 순환에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는 찬 공기가 지상으로 가라앉으면서 주기적으로 경기만 쪽에 기압골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압골은 구름대를 강화하는 한편 풍향을 서풍으로 바꿔 서해상 구름대를 내륙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절리저기압은 28일까지 한반도 북쪽에 정체해있을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27일 퇴근길도 비상, 기온이 떨어져 내린 눈이 얼어붙을 28일 출근길은 더 비상인 상황입니다.

기상청은 28일 오전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눈 또는 비가 올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특히 중부지방과 전북동부에서는 습기를 머금어 무거운 눈이 시간당 1∼3㎝, 최고 5㎝ 안팎으로 쏟아지는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사진=국가기상위성센터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 네이버에서 S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가장 확실한 SBS 제보 [클릭!]
* 제보하기: sbs8news@sbs.co.kr / 02-2113-6000 / 카카오톡 @SBS제보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