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한 거리에서 한 가족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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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개월 가까이 무력 충돌을 이어온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27일(현지시간) 전격 휴전에 돌입하면서 역시 1년이 넘도록 포성이 잦아들지 않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휴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애초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분쟁이 가자지구 전쟁과 연계돼 있었던 만큼, 이번 휴전을 중재한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기세를 몰아 가자지구 휴전의 불씨 역시 살리려는 모양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 휴전 이유로 “하마스의 고립”을 들며 가자지구에서 고강도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레바논 휴전 소식을 전하며 가자지구에서도 하마스가 인질을 조속히 석방해 휴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제 하마스는 선택해야 하며, 유일한 탈출구는 인질을 모두 석방하는 것뿐”이라며 “앞으로 수일간 미국은 튀르키예, 이집트, 카타르, 이스라엘 등과 함께 가자지구에서 인질이 석방되고 하마스가 통치하지 않는 상태의 휴전을 달성하기 위해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레바논 휴전을 지렛대로 자신의 임기 내 가자지구 전쟁 종식이란 성과를 내려 하지만, 현재로선 휴전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태다. 그간 레바논 휴전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던 것과 달리 가자지구 휴전 논의는 수개월째 멈춰있으며, 여기에 하마스와 소통하며 휴전을 중재해온 카타르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휴전 의지가 없다며 중재 중단까지 선언한 상황이다.
가자지구에서 당분간 전쟁을 끝내지 않겠다는 이스라엘 정부의 기조도 강경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레바논 휴전의 세 번째 이유로 “전선을 분리해 하마스를 고립시키려는 것”을 들며 “우린 인질 석방이라는 성스러운 임무 달성을 위해 하마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대규모 인명 피해에 따른 국제사회의 거듭된 비판에도 두 달째 가자지구 북부를 봉쇄한 채 고강도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포위 공격이 하마스 잔당을 소탕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이스라엘의 최종 목표가 이 일대를 완전히 파괴하고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뒤 이스라엘과의 완충지대로 조성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최근 몇 달 새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수장을 연이어 잃으며 조직이 궤멸 위기에 놓인 하마스는 그간 이스라엘을 공격해온 ‘지원군’이었던 헤즈볼라마저 휴전하며 고립무원 상황으로 내몰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하마스 고위 당국자는 이날 “하마스가 휴전 합의와 포로 교환을 위한 진지한 거래를 위한 준비가 됐다고 이집트와 카타르, 튀르키예의 중재자들에게 알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내내 휴전 논의가 진전을 보일 때마다 새로운 요구 조건을 내걸며 번번이 협상 테이블을 걷어차온 이스라엘이 협상 의지가 있을지가 관건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각종 부패 혐의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피하기 위해 가자지구 전쟁을 장기화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바이든 정부의 휴전 압박이 계속되고 있으나 두 달만 버티면 이스라엘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도 네타냐후 총리로선 ‘호재’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전부터 레바논 출신 사업가인 사돈 마사드 불로스 등을 통해 레바논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으나, 가자지구 전쟁 종식에 대해서는 명시적으로 밝힌 바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대통령 임기 당시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했고,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골란고원의 이스라엘 주권 역시 인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대선 승리 후에도 팔레스타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온 인물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로 지명하는 등 2기 정부의 ‘친이스라엘’ 기조를 더욱 확고히 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H A 헬리어 선임 연구원은 CNN에 “레바논에서 휴전이 이뤄졌다고 해서 가자지구 휴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성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 이스라엘·헤즈볼라 전격 휴전···13개월 만에 포성 멈췄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411271545011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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