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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 (일)

이슈 G7 정상회담

G7 의장국 이탈리아 “네타냐후 체포영장 집행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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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C 조치, 강대국들에 의해 사실상 무력화

미국의 강경한 반대가 결정적 영향 미친 듯

주요 7개국(G7) 외교부 장관들이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 이탈리아는 “네타냐후 체포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로마 인근의 휴양 도시 피우지(Fiuggi)에서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G7 외교장관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회의에선 네타냐후 체포영장 발부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됐으나, 정작 7개국 외교장관들이 발표한 공동 성명에선 해당 내용이 빠져 궁금증을 자아냈다.

세계일보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외교부 장관이 26일(현지시간) G7 외교장관 회의 결과를 소개하는 기자회견 도중 안경을 벗으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올해 G7 정상회의 의장국이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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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야니 장관은 ICC의 조치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이탈리아 정부는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네타냐후 본인은 그가 체포될 가능성이 있는 나라에는 결코 가지 않을 것”이라며 “적어도 네타냐후가 이스라엘 총리로 있는 동안에는 체포영장 집행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ICC는 유엔 산하 국제기관이지만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강대국은 ICC 설립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ICC 협약 당사국은 ICC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인사가 자국을 방문하는 경우 그를 체포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이를 어긴다고 해도 딱히 제재할 수단은 없는 것이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일례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월 ICC 협약 당사국인 몽골을 방문했을 때 현지 경찰에 체포되기는커녕 극진한 환대만 받고 무사히 귀국했다.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이탈리아 연립정부 내에선 ICC의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를 놓고 극심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등에서 전쟁 범죄를 저질러왔다고 믿는 귀도 크로세토 국방부 장관은 “네타냐후가 로마를 방문하는 경우 그를 당장 체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반면 연립여당 지도부 중 한 명인 마테오 살비니 전 부총리는 “만약 이스라엘 정상이 이탈리아에 오면 큰 환영을 받을 것”이란 말로 체포영장 집행 불가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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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6일(현지시간) 방송을 통해 이스라엘군과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휴전 성립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전쟁 범죄 혐의로 ICC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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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가자 지구를 통제하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2023년 10월부터 전쟁 중이다. 이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격 기습을 단행해 민간인 1200여명을 살해하고 약 250명을 인질로 붙잡은 것에서 비롯했다. 보복을 다짐한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실시한 데 이어 지상군까지 투입해 하마스 요원들 제거에 나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하마스와 무관한 어린이, 여성 등 민간인들 사이에도 커다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개전 후 현재까지 가자 지구에서 사망한 이는 4만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G7 중에서도 단연 초강대국인 미국은 분쟁 발생 초기부터 동맹이나 다름없는 핵심 우방 이스라엘을 적극 지지해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CC의 네타냐후 체포영장 발부 직후 내놓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지도자들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 발부는 터무니없다(outrageous)”며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결코 동등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이스라엘이 처한 안보 위협에 맞서 늘 이스라엘과 함께할 것”이라고 굳게 약속했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G7 외교장관들이 ICC 조치에 관해 일치된 의견을 내놓지 못한 것은 미국의 반대 때문일 것”이란 분석을 제기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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