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물 여배우가 과학 힘으로 20대 재탄생
또 다른 자신에게 질투하며 생성되는 공포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예측불가 보디 호러
왜곡된 여성상에 대한 통렬한 비판 담아
엘리자베스는 젊은 시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유명 배우이나 나이 오십이 되면서 초등학교 동창생만이 관심을 보이는 퇴물 신세가 된다. 찬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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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세 배우 데미 무어가 올 누드로 연기한다. 할리우드 젊은 별 마거릿 퀄리도 예외는 아니다. 나신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두 유명 배우의 누드 장면은 그나마 약과다. 파격의 연속이다. 영화 ‘서브스턴스’(다음 달 11일 개봉)는 소재도 전개도 결말도 상식을 뛰어넘는다.
주사 한 방에 보다 완벽한 20대로
엘리자베스는 위험한 제안을 받고 20대로 다시 태어난다. 하지만 또 다른 자신이 엘리자베스의 삶과 육체를 대체해 가면서 갈등과 대립이 생겨난다. 찬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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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데미 무어)는 막 오십이 된 유명 배우다. 오스카 트로피를 받았고,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엘리자베스는 아침 방송에서 에어로빅을 하며 여전히 젊음을 과시하나 방송국 사장 하비(데니스 퀘이드) 눈에는 퇴물에 불과하다. 엘리자베스 스파클(Sparkle·반짝임)이라는 이름과 달리 ‘생기’를 잃은 지 오래라고 본다.
엘리자베스는 결국 방송에서 하차한다. 슬픔과 분노에 마음이 엉망으로 무너졌을 때 은밀한 제안이 들어온다. 주사 한 방에 ‘보다 나은 당신이 될 수 있다’고. 조건은 딱히 까다롭지 않다. 7일은 20대로 살고, 다음 7일은 반드시 본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은 하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것. 옛 영광과 자존심을 되살리고 싶은 엘리자베스가 마다할 리가. 엘리자베스는 ‘보다 완벽한’ 20대 수(마거릿 퀄리)로 재탄생하고, 기이한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영화는 우화라 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젊음과 육체적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을 비판한다. 엘리자베스가 과학의 힘을 빌려 젊음을 되찾는 과정은 성형수술과 미용 시술에 대한 은유로 읽힌다. 엘리자베스가 수가 돼 젊음을 만끽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받았다가 ‘자신’에게 질투하는 모습은 꽤 상징적이다. 엘리자베스는 육체적 아름다움은 얻었어도 온전히 수가 되지 못한다. 회춘에 대한 욕망은 해소되지 않은 갈증과 같다고 영화는 말하려는 듯하다.
남성 시선이 만든 여성의 아름다움
나이 많은 여배우들은 '젊고 섹시한' 세대에게 늘 밀려난다. 남성들이 만들어낸 정글의 법칙이다. 찬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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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 미디어가 만들어낸 왜곡된 여성상을 들추기도 한다. 방송국은 남성들이 모든 걸 결정한다. 사장 하비는 출연자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고, 그의 뒤에는 남성 주주들이 있다. 오디션을 보는 사람도 남성이고, 스튜디오에서 카메라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는 이도 남성이다. TV를 통해 규정되어 온 현대 여성과 여성의 아름다움은 온통 남성 시선(Male Gaze)이 만들어낸 거다. 남성 시선 속에 여배우(여성)는 ‘젊고 섹시한’ 이들로 빠르게 대체된다. “예쁜 여자는 언제나 웃어야 해”라는 하비의 대사는 왜곡된 여성상을 응축한다.
엄숙하고 근엄하며 진지한 영화는 아니다. 여배우들의 노출로 호객행위를 하는 영화가 아니기도 하다. 블랙 유머와 예측 불가능성, 섬뜩함이 뒤섞이며 낯선 재미들을 안겨준다. 기발한 이야기를 발칙하고도 전복적인 장면들로 구체화한다. 상투적이라는 표현은 이 영화와 거리가 멀다. 대범하고 참신한 시도라고 평가할 때마다 영화는 더 멀리 나아간다.
자신 삶 반영한 데미 무어 열연 눈길
젊음을 향한 욕망은 해소되지 않은 갈증과도 같다. 자연의 법칙을 어기고 다시 젊어져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받는다면 그게 나라고 할 수 있을까. 찬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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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마지막 대목에서 파격의 정점에 도달하며 사회를 향해 최후의 한방을 날린다. 세상을 움직이는(움직인다고 착각한다는) 남성들은 물론 미디어가 만들어낸 이미지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대중까지 질타하는 장면이 씁쓸하면서도 통렬하다.
프랑스 감독 코랄리 파르자가 연출했다. ‘서브스턴스’는 ‘리벤지’(2017)로 데뷔한 그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그는 ‘캐리’(1976)와 ‘샤이닝’(1980), ‘더 플라이’(1986) 등 고전 공포영화를 패러디하며 ‘보디 호러’(몸을 소재로 한 공포)의 새 영역을 개척한다.
무어의 연기는 압도적이라는 수식을 떠올리게 한다. 무어는 젊은 시절 전신 성형까지 하며 세간의 눈길을 끌었으나 이제는 퇴락한 여배우가 된 자신의 삶을 스크린에 반영한다. 지난 5월 열린 제77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첫 상영돼 큰 화제를 모았으며 각본상을 받았다. 청소년관람불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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