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국 견제'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생물보안법' 통과여부와 상관없이 대중국 견제의 여운은 한동안 남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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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미국에서 중국 기업 견제를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물보안법의 상원 통과 여부가 내달 판가름난다. 지난 9월 미국 하원을 무난히 통과하며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수혜 기대감을 높이고 있지만 공화당 의원인 랜드 폴(켄터키) 상원의원이 유일하게 법안을 반대하고 있어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27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생물보안법안의 상원 통과 여부가 12월 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랜드 폴 상원의원이 통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키맨(key man)으로 부각되고 있어 연내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최근 보도를 통해 생물보안법안에 대한 초당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랜드 폴 상원의원이 법안 통과를 가로막는 핵심 장애물이라고 언급했다. 포브스 또한 생물보안법안은 랜드 폴 상원의원의 반대로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생물보안법은 미국 안보에 우려되는 해외 적대국의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재 대상에는 우시바이오로직스·우시앱텍·BGI(베이징유전체연구소) 등 중국 5개 바이오 기업이 포함됐다. 법안은 지난 9월9일(현지시간) 찬성 306표, 반대 81표로 미국 하원을 통과했으며, 미국 상원 본회의 심의와 대통령의 승인 절차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현재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퇴임예정인 브래드 웬스트럽 하원의원을 포함한 생물보안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은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방수권법(NDAA)에 생물보안법안을 포함시키려는 노력을 가하고 있다. NDAA는 미국 국방 정책 및 예산 등을 총괄적으로 다루며, 매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법안으로 간주된다.
NDAA에 생물보안법안이 포함되기 위해서는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상임위원의 승인을 필요로 하지만, 국토안보위원회 상임위원(랭킹멤버)이자 차기 위원장인 랜드 폴 상원의원이 생물보안법안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연내 법안 통과가 불확실해지고 있다.
랜드 폴 상원의원은 현재 국토안보위원회에서 생물보안법안을 반대하는 유일한 의원이다. 그는 생물보안법안이 특정(중국)기업을 금지함으로써 다른 특정기업을 발전시킨다는 이유로 법안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만약 생물보안법이 연내 통과가 안 될 경우 내년 1월 랜드 폴 상원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새 국토안보위원회에서 다시 논의가 시작된다.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도 알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은 생물보안법 수혜를 기대하고 있는 국내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다만 최근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중국 견제'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기회요인은 남아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법안 통과여부와 상관없이 (대중국 견제의) 여운은 한동안 남을 것 같다. 특히 트럼프가 관세를 높이거나 투자를 제한하는 등 중국에 대해 강경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어 만약 법안 통과가 되지 않더라도 긴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시장경쟁 독려, 중국 기업 배제 기조로 인해 한국 대기업의 현지 투자와 고용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트럼프의 경우 온쇼어링(자국내 생산)을 원하고 있다. 인센티브나 보조금 같은 것들이 획기적으로 지원된다면 국내 의약품 제조업체들이 현지 생산 시설 설립을 고민할 순 있겠다"라면서도 "인건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은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인오가닉(Inorganic‧비유기적) 성장 전략을 검토 중이다. 이는 외부 자원을 끌어들여 성장하는 전략으로, 직접 설립뿐 아니라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존림 사장은 지난 6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에서 CDMO 생산기지 건립은 당분간 국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으나, 공장 인수 등을 통해 해외 거점을 두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회사는 반사이익을 누리기 위해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과 위탁개발(CDO) 기술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내년 4월 5공장이 완공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총 78만4000L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5공장 관련 선수주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CDO 부문에서는 올해 연달아 신규 플랫폼을 출시하며 총 9개의 기술 플랫폼 및 서비스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는 2018년 CDO 사업에 진출한 지 6년 만에 총 120건 이상의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인천 송도에 항체의약품 생산시설 착공을 시작했으며, ADC 설비를 갖춘 미국 시러큐스 공장과의 연계를 꾀하고 있다. 앞서 롯데바이오는 지난해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회사는 시러큐스 공장에 신규 모달리티 생산설비 투자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던 부분에 우리 기업이 진출함으로써 미국 시장에 대한 점유율 확대 기회가 열릴 수 있다"면서도 "미국 규제에 대응해 생산설비 확충 등 비용이 증가할 수 있고, 글로벌 제약사 간 경쟁 격화라는 도전 요인을 함께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수인 기자 s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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