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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새벽 4시부터 지각 걱정"…폭설에 첫차 탄 시민들도 종종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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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새벽사이 내린 폭설로 서울 등 수도권에 대설특보가 발효되면서 일찍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도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민들은 서행하는 대중교통 속에서 지각을 걱정하거나, 발길을 서두르면서도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4시쯤 160번 버스 첫차를 타기 위해 서울 도봉산역광역환승센터를 찾은 시민들 머리와 어깨엔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있었다. 이들은 지붕이 있는 환승센터에 들어서면서 연신 눈을 털어내기에 바빴다. 160번 버스는 평소보다 천천히 운행됐다. 경기 의정부에서 종로3가까지 출·퇴근하는 원현선(67)씨는 "길이 미끄러운지 차가 빨리 못 가서 (지각할까봐) 큰일 났다"며 "이렇게 갑자기 많이 올 줄 몰랐다"고 말했다. 버스기사 박종원(58) 씨는 "아직 제설 작업이 안돼 차선이 잘 안 보인다"며 "속도를 줄여 운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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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4시쯤 버스 160번 첫차가 운행을 시작했다. 시민들은 첫차 안에서도 지각을 걱정해야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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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50분쯤 버스가 종로 일대 시내로 들어서면서 점차 눈발이 거세졌다. 승객들의 지각 걱정도 커졌다. 광화문의 한 건물에서 일하는 청소 노동자 추모(73)씨는 "지금쯤이면 종로1가에 있을 시간인데 아직도 창경궁밖에 못왔다"며 "이 속도면 평소보다 10분 가까이 늦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로 출근하던 환경미화원 김모(67)씨도 "출근하러 나오면서부터 넘어질까봐 길 막힐까봐 걱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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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앞에서 발걸음을 옮기는 시민들의 모습. 노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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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6시쯤 여의도역 인근 버스환승센터에는 두꺼운 옷차림에 우산을 쓰고 종종걸음으로 걷는 직장인들이 몰렸다. 대부분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주머니에 손을 푹 넣은 채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른 새벽부터 제설작업이 이뤄졌지만 금세 길 위에 눈이 쌓여 횡단보도를 서둘러 가로지르다 넘어질 뻔한 시민도 있었다.

오전 7시 20분쯤 5·9호선 환승역인 여의도역에도 출근하려는 시민들이 몰렸다. 충정로에서 5호선 열차를 타고 여의도역에 도착한 신다솜(32)씨는 "지하철이 좀 늦게 와서 평소보다 승객이 더 많았다"며 "영등포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와야 할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오고 있어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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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과 강원지역을 중심으로 대설 특보가 발효된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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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기 위한 환경미화원의 발걸음도 새벽부터 바빴다. 오전 5시쯤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는 방한복과 방한화를 입은 환경 미화원들이 제설 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평소보다 1~2시간 일찍 나와 눈을 쓸어 담고 염화칼슘·소금 등 제설제를 뿌렸다. 23년차 환경 미화원 김정봉(50)씨는 "떨어진 낙엽 위로 눈이 쌓여 도로 위 쓰레기까지 다 섞인다"며 "날이 춥다보니 도로 배수구가 잘 막힐 수 있어 눈에 보이는 큰 쓰레기랑 낙엽을 일일이 손으로 걷어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강원 내륙·산지, 전북 동부, 경북 북동 산지에는 대설주의보가 발령됐고, 서울 동북권과 경기 양평군에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대설경보가 발표됐다. 서울은 이날 오전 6시까지 14.9㎝의 적설을 기록했으며, 대설경보가 발표된 서울 강북구와 경기 양평군은 19.1㎝에 이르는 눈폭탄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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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전날 밤부터 제설 비상근무 1단계를 발령하고 인력 5200여 명과 제설 장비 1200여 대를 투입해 강설에 대응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전 3시부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단계를 가동하고 대설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날 오전 1호선 6회, 수인분당선 3회, 경의중앙선 2회, 경춘선 1회, 경강선 1회 등 수도권 전철에 전동차를 추가 운행한다고 밝혔다.

폭설이 이어지면서 오전 5시 30분쯤 서울 성북구 성북동 일대 주택 등 가구 174호에 정전이 발생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쌓인 눈에 가로수가 쓰러져 전주·전선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정전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오전 6시10분쯤엔 남양주시 별내면 구리-포천고속도로 남양주터널 인근 서울 방향에서 화물차가 SUV차량과 충돌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도로가 부분 통제돼 출근길 정체가 더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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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림·조수빈·최혜리·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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