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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없게 키우기가 원칙…축산농 비용 문제도 함께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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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산란계…농장동물 첫 ‘복지 가이드라인’ 윤곽

경향신문

농림축산식품부가 돼지와 산란계 등 농장동물의 동물복지 지침(가이드라인)을 최근 만들었다. 사진은 사육 돼지가 모여 있는 돈사(왼쪽)와 산란계가 거주하는 계사 케이지(오른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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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온도·습도·조명·사육밀도 등 세부 기준 초안 제시
생산자단체와 협의 거쳐 내년 상반기 ‘최종안’ 농가 배포 계획

농장동물의 ‘동물복지 지침(가이드라인)’이 윤곽을 드러냈다.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아닌 돼지와 산란계 등 농장동물의 복지 기준이 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을 현장에 적용할 경우 농가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화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는 이해 당사자인 축산농가의 의견을 반영한 축종별 가이드라인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확정지을 계획이다.

온도·습도·조명·사육밀도 등 세부 기준

2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농장동물복지연구회에 따르면 최근 초안이 공개된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은 돼지와 산란계다. 농식품부는 이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대한한돈협회, 대한양계협회 등 생산자단체와 협의를 거쳐 내년 상반기까지 최종안을 만들어 농가에 배포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장동물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사육밀집도가 높은 돼지와 산란계를 우선 적용 대상으로 선정해 초안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돼지와 산란계의 가이드라인 초안에서는 적정한 양의 사료와 물의 공급, 위생과 질병 관리 등을 동물복지의 공통 사항으로 다루고 있다. 온·습도, 조명, 사육밀도, 가축관리 등에선 축종별 차이를 보였다.

주요 내용을 보면, 돼지 사육의 적정 온도는 임신돈·분만돈(15~20도)과 비육돈(고기 생산을 위해 기르는 돼지·15~18도) 등 사육 단계별로 차이를 뒀다. 조명은 창문이 없는 돈사에서 사육할 경우 하루 최소 8시간 이상 40럭스(조도 단위·주택의 복도와 화장실 등 밝기 수준) 밝기를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동물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는 마리당 최소 사육밀도(면적)는 웅돈(번식을 위해 거세하지 않은 수컷 돼지) 6㎡, 분만돈 3.9㎡, 임신돈 1.4㎡ 등으로 구분했다.

가이드라인은 또 꼬리자르기, 거세, 견치절치 등 가축관리도 담았다. 호기심이 많고 입으로 무는 것을 좋아하는 돼지는 다른 돼지 신체의 일부분을 물어뜯는 행동(식육증)을 한다. 이때 꼬리가 손상되고 혈관이 파열되면 과다출혈이나 외부 유해균 감염으로 폐사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일부 농가에서는 꼬리자르기를 하는데, 통상 생후 3일쯤 3~4㎝를 남겨두고 진행한다. 다만 동물복지를 고려해 최소한의 길이만 자르되 꼬리의 절반 이상을 제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권고했다.

또 새끼 돼지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절단하거나 연마기로 뾰족한 부분을 갈아주는데, 이 작업도 통상 생후 3일쯤 지나서 진행한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새끼 돼지의 송곳니 발치와 절치는 원칙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면서, 부득이하게 해야 한다면 어미 돼지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경우에 한해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적었다. 또 수컷 돼지 도축 시 고기의 특이한 냄새와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거세 작업을 하는데, 이럴 땐 생후 7일 이전에 하는 것이 좋고 염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가이드라인은 또 짚, 건초, 나무, 놀이기구 등과 같은 다양한 ‘환경풍부화물’을 제공하면 돼지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어 동물복지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적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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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내년 초부터 가이드라인 배포

산란계의 경우 어린 병아리는 부화 후 3일 동안 조명도를 20럭스(주택의 침실 수준) 이상 유지하고, 창이 없을 땐 성장 단계와 무관하게 하루 최소 8시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온도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약한 병아리 땐 적정 온도를 32도 수준에 맞추되 이후 성장 단계에선 21도 전후 유지를 권고했다.

계사(닭장) 내 습도 유지도 중요한 동물복지 요소 중 하나다. 습도가 너무 낮으면 탈수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너무 높으면 곰팡이가 생겨 각종 질병에 감염될 우려가 있다. 병아리 땐 60~70% 수준을, 성계가 됐을 땐 40~60%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산란계 케이지(철제 우리)의 마리당 최소 사육밀도는 0.075㎡로 제시됐다.

산란계의 가축관리에서는 깃털쪼기, 부리다듬기 등이 포함됐다. 깃털쪼기는 좁은 공간에 장기간 있는 닭이 스트레스를 받아 주변 닭을 부리로 쪼아 상처를 내는 것을 말한다.

가이드라인에서는 깃털쪼기 예방법으로 균형 잡힌 사료 급여, 공격적인 닭의 계군 내 분리, 실내 조도 하향 조정 등을 제시했다.

부리다듬기도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편이다. 다만 닭에게 고통을 주기 때문에 해야 한다면 숙련된 전문가에게 맡기되, 부화 후 24시간 이내에 실시해야 한다고 적었다. 닭에게 사료와 물을 일정 기간 주지 않고 강제로 털갈이를 시켜 산란율을 높이는 강제환우의 경우 동물복지 저하 우려 때문에 2020년부터 원칙적으로 금지된 상태다.

농식품부는 농가 의견을 청취한 후 내용을 보완해 내년 상반기에 돼지와 산란계의 동물복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후 한·육우와 젖소(2026년), 오리·염소(2027년) 등의 가이드라인도 작성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축산농가의 비용 부담과 소비자의 추가 비용 지불 의사 등 가이드라인 확정에 앞서 고려해야 할 내용이 많다”며 “법적 의무로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농가가 자발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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