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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적자 행진’ K배터리, 투자 세액공제 못받아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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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부진에 기업들 ‘보릿고개’

줄줄이 적자… 흑자 내야 혜택 받아

기업들 “치킨 게임” 생존경쟁 돌입

“中, 지원금 쏟아부어 공세 강화… 美는 적자 나도 현금으로 환급”

국내 ‘환급법’은 2년째 지지부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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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터리 업계가 올해부터 줄줄이 적자를 기록한 탓에 기업들이 국내에서 조 단위 투자를 하고도 정부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됐다. 전기차 캐즘(수요 정체) 장기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로 미국, 중국 등 해외 업체들과의 생존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배터리 업계 및 증권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75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첨단제조세액공제(AMPC)를 제외한 수치로 2020년 출범 이후 첫 적자다. SK온 역시 2021년 출범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국, 유럽에서의 전기차 수요 부진과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올 초만 해도 일시적인 시장 침체로 그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생각보다 경기 전반이 얼어붙고 미 대선 등 불확실성까지 확대되며 내년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제 초기 시장에서의 일시적 정체를 가리킨 캐즘이란 말도 무색하게 됐다”며 “생각보다 겨울이 길어질 수 있는 분위기로 본격적 ‘치킨 게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했다.

생존 경쟁에 접어들며 옥석 가리기도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3년간 살아남는 자가 승자”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유럽 최대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가 파산 절차에 들어간 것도 이러한 ‘보릿고개’ 우려를 키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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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업계의 위기 속에서 미국, 중국 업체들은 각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데 반해 한국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올해부터 2026년까지 투자하는 금액 중 5조8000억 원이 적자가 난 탓에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조세특례제한법상 반도체, 배터리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시설투자는 1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는 흑자가 나야만 해당 이익에 대한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올해 못 받은 세액공제는 이월이 돼 향후 흑자로 전환했을 때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배터리 기업들은 그동안 투자를 위축시켜 해외 경쟁 기업들과의 싸움에서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생산량에 비례해 지원하는 미국처럼 적자가 나도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게 정책을 바꿔 달라는 것이다.

이미 국회에 국가전략기술 기업은 적자여도 세액공제 혜택을 앞당겨 환급받게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2년째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1일 소위원회를 열어 해당 법안을 심사한 뒤 25일 여야 대표 간사 간 소소위를 통해 재논의했지만 결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실 관계자는 “여야 모두 법안 처리의 필요성에 동의했지만 정부 반대가 심해 보류하게 됐다”고 전했다. 정부는 세액공제 조기 환급은 사실상 직접 지원금이라며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배터리 지원책을 강화하는 만큼 한국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중국 배터리 소재 업체 임원은 “중국은 각종 국책과제를 내놓고 건당 수백억, 수천억 원 지원금을 쏟아붓는다”며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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