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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캐나다·멕시코까지…트럼프 관세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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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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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로 진행된 인선을 마무리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초강경 관세 카드를 꺼냈다. 취임 첫날 미국의 3대 교역국인 중국·멕시코·캐나다에 고율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한다는 3개국 가운데 중국을 제외한 멕시코·캐나다는 미국과 무역협정(USMCA)을 맺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도 관세 폭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2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취임일인) 1월 20일 첫 행정명령 중 하나로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오는 모든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는 데 필요한 모든 서류에 서명할 것”이란 글을 올렸다. 중국에 대해선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기존의) 추가 관세에 더해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트럼프는 해당 국가가 불법 이민과 마약 문제에 충분히 협력하지 않았다며, 관세 적용 기간을 “마약, 특히 펜타닐 유입과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을 제대로 단속할 때까지”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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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이날 전격 발표된 3개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은 대선 때 제시해 왔던 공약에도 없던 내용이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 ▶중국에 60% 관세 ▶멕시코에서 생산된 중국 자동차에 100~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마약·이민문제에 ‘관세 카드’한국 방위비 압박에 쓰일 수도



트럼프는 그동안 관세가 필요한 이유로 미국 노동자 보호와 제조업 부흥, 자동차산업 보호 등 경제적 이유를 들어왔지만, 이날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을 밝히면서 마약과 이민 문제를 이유로 들었다. 경제뿐 아니라 전 분야에서 관세를 상대국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구상은 트럼프 당선과 함께 예고됐다. 베센트 재무장관 지명자는 지난 15일 폭스뉴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관세는 대통령의 외교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용한 도구”라고 밝혔다. 베센트는 특히 “동맹국이 자주국방에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도록 유도하거나, 해외 시장을 개방하거나, 불법 이민 종료와 펜타닐 밀수 단속에 대한 협력을 확보하거나 군사적 침략을 억제하는 등에서 관세는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150~200%의 관세를 부과해 대응하겠다”며 관세를 대(對)중국 안보 이슈에 활용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는 한국을 ‘머니 머신’으로 칭하며 지난달 한·미가 합의한 것보다 9배 많은 100억 달러(약 14조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우에 따라 관세를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지난해만 멕시코에 1조원 투자

미국 ‘우선주의’에 대한 우려가 부상하면서 외환시장은 출렁였다. 미국 달러화는 올랐고 관련 국가의 통화는 약세를 보였다.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26일 원화값은 전 거래일 종가(1402.2원)보다 2.8원 하락한(환율 상승) 1405원에 개장했다. 이후 1407원대까지 밀렸다가 1398.2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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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기자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기까지 두 달이나 남은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카드를 꺼내들자 한국 산업계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당장 트럼프가 중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에 나설 경우 한국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의 견제로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한국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또 중국 경기가 안 좋아지면 중국으로의 수출이 전체적으로 감소하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또 멕시코는 한국 기업이 북미 수출용 제품의 생산 기지로 점찍은 지역이어서 관세가 적용될 경우 생산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한국 기업은 미국이 2020년 멕시코·캐나다와 관세를 없애는 조처인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를 맺으면서 멕시코 진출을 늘려 왔다. 미국 시장과 가까우면서도 인건비가 저렴하고, 무관세 혜택까지 받을 수 있어 생산 거점으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수출입은행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멕시코에 7억5400만 달러(약 1조600억원)를 투자했다. 멕시코가 유치한 해외 직접투자 국가 중 10위 규모다. 특히 USMCA 효과가 극대화된 2022년에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액(6억8600만 달러)은 전년(3억100만 달러)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미국의 25% 관세 부과로 USMCA가 무력화하면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멕시코엔 현재 130여 개 한국 기업이 사업 중이다. 특히 자동차·전자제품 등의 제조 공장들이 멕시코에 집중돼 있다. 기아는 2016년 준공한 멕시코 몬테레이 공장에서 연간 2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 중 15만 대가량은 미국 수출용인데, 관세 부과 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현대위아·현대트랜시스도 몬테레이에 공장을 두고 있다. 모듈·램프(현대모비스), 엔진(현대위아), 변속기(현대트랜시스)를 생산해 미국 완성차 기업에 일부 제공한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에서 가전 공장을, 티후아나에서 TV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다만 이날 트럼프가 깜짝 공개한 관세 부과 계획이 실제 시행될지에 대해선 미국 내에서도 미지수란 평가다. AP통신은 “이번 공약이 취임 전에 상대국에 대한 협상 전략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인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때인 2019년에도 불법 이민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멕시코에 5% 관세를 물리고, 매달 5%씩 추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해당 정책에 대해 미국 의회를 비롯해 업계에선 강한 비판이 나왔고, 트럼프는 결국 정책 발표 1주일 만에 “멕시코가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며 계획을 철회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애덤 포즌 소장은 이날 한국경제인협회와 공동 주최한 ‘격랑의 트럼프 2기와 한국의 생존 해법’ 콘퍼런스에서 “미국 관세 정책의 핵심 타깃은 중국과 멕시코”라며 “다른 국가에는 협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미 보편관세 땐 대미수출 22조원 줄어”

반면에 제프리 숏 PIIE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관세 정책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생각보다 빨리 이뤄질 것”이라며 “한국도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쇼트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자동차·반도체·방산·조선 등 양국의 이해관계가 합치되는 분야에서 서로 윈-윈하는 산업협력 아이템을 제안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모든 수입품에 대해 10~20%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최대 13.6%, 액수로는 158억 달러(약 22조원)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세종=이우림 기자·윤성민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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