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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국제칼럼]종이교과서로 회귀하는 북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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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우리나라에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초등 3·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 한다. AI 기반 교과서가 개별 학생의 학습 데이터를 수집해 학생의 수준과 이해도를 측정한 뒤, 그에 맞는 학습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 학생들의 학습능률을 높일 거라 기대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다수는 디지털기기 사용 증가로 이미 약화된 학생들의 집중력과 통제력, 문해력이 더 저하될 거라 염려한다.

한편 교실의 디지털화에 적극적이던 북유럽 국가들은 종이교과서로 회귀하고 있다.

스웨덴의 학교장관(Minister of School) 로타 에드홀름은 2023년 교육환경의 과도한 디지털화가 교육현장을 망치고 있다며 태블릿, 디지털 학습 등에 의존해오던 교육을 인쇄된 책, 독서, 손글씨 연습 등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방식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해 8월 유치원 커리큘럼에서 디지털기기 활용을 의무화한 교육청의 계획을 철회하고, 6세 미만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디지털 학습을 완전히 중단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밖에도 2024년 초등학교 3학년 국가시험을 아날로그화하고, 학교 도서관 접근성 강화를 위한 투자를 늘려 종이책 사용을 권장할 것이라 발표했다. 또한 종이교과서로의 완전 전환을 위해 내년까지 총 7억5500만크로나(약 740억원)를 교과서 보급에 투입한다. 스웨덴 교육부는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된 2016~2021년 스웨덴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의 읽기능력이 크게 낮아진 것을 우려하며, 이런 결과가 전반적 학습능력 저하로 이어졌을 것이라 본다. 스웨덴 교육부의 새로운 정책을 뒷받침하는 연구들도 이어졌는데 스웨덴의 의학 연구기관인 카롤린스카연구소는 “디지털 도구가 학습을 방해한다는 명확한 과학적 증거가 있다”며 “학생들이 종이교과서와 교사의 전문성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여년간 교실 내 디지털기기 사용을 장려해온 핀란드 역시 종이책으로의 회귀를 시도하고 있다. 지금껏 핀란드의 많은 학교에선 11세부터 모든 학생들에게 무료로 노트북을 제공하는 등 교육의 디지털화에 적극적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디지털기기 과사용으로 인한 산만함·시력 저하·불안 증가·학업성과 저하가 눈에 띄게 늘자 최근 리히마키 등 몇몇 지자체를 중심으로 2024년 학기 초부터 종이책과 펜으로 돌아가는 실험을 시작했다. 리히마키 지자체와 협력해 학생들의 디지털기기 학습 영향을 연구 중인 임상신경심리학자 민나 펠토푸로는 과도한 디지털기기 사용이 신체적·정신적 위험을 동반하고, 뇌에 과부하를 안기는 멀티태스킹을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끼칠 장기적 악영향을 우려했다.

우리나라 교육부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교육계의 혁명적 전환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그러나 교육현장의 디지털화, AI 도입의 영역에서 낙관과 비관을 주장하는 실증연구가 나오고 있고, 종이책으로 회귀하는 국가들도 나오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AI 디지털교과서의 효과성을 검증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변수를 고려했는지 의문이 든다.

경향신문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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