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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정년이’ 보려다 ‘문옥경’에 반했다…정은채의 ‘국극 왕자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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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배우 정은채는 tvN 드라마 <정년이>에서 매란국극단 간판 스타 문옥경을 연기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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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찌 태평성대란 말인가!” 고구려의 호동 왕자가 위태로운 나라의 운명을 한탄하며 애달피 외친다. tvN 드라마 <정년이> 속 매란국극단 간판 스타 문옥경(정은채)은 국극 공연 ‘자명고’ 무대에서 도도한 창(唱)과 무용으로 좌중을 휘어잡는다. 자존심 강한 주인공 윤정년(김태리)마저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정년이 보려다 문옥경에게 반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옥경을 연기한 배우 정은채는 지난 22일 기자와 만나 “밖에 나가면 저를 ‘문옥경’ ‘옥경 선배’ ‘옥경씨’라고 부르는 분들이 많다”며 “깊은 사랑을 체감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고 말했다. “국극이란 소재 자체를 <정년이>에 출연하며 처음 알았어요. 촬영 4개월 전부터 연습에 들어갔죠. 국극 공연도 관람하면서 소리부터 춤, 악기, 검술을 다 배웠는데 시간이 항상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정년이>는 같은 제목의 웹툰이 원작이다.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 여성국극에 도전하는 ‘소리 천재’ 윤정년과 매란국극단 동료들의 연대와 성장을 그렸다. 문옥경은 국극에서 남성 캐릭터를 도맡는 최고 실력자다. 원래 배우 김히어라가 캐스팅됐지만 ‘학폭’ 논란이 불거져 정은채가 대신 합류했다. <정년이> 속에선 국극 공연 장면만 10~20분씩 이어져 실제 공연 영상을 관람하는 느낌이 든다.

정은채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문옥경 캐릭터에 신선한 매력을 느꼈다”며 “정지인 감독님도 실제로 제 연기를 보신 뒤 더욱 확신이 생기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소리(창)가 너무너무 어려웠어요. 발성법부터 달라서 걸음마 떼는 수준으로 시작했죠. 명창들께 일대일 수업을 받았는데 어느 순간에는 그저 멍하니 듣게 돼요. 제가 어떤 경지에는 절대 이를 수 없겠지만 최대한 습득해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펼치려고 했어요.”

정은채는 ‘국극 왕자님’ 문옥경을 원작 캐릭터의 이미지에 최대한 가깝게 재현하기 위해 처음 ‘쇼트 커트’를 시도했다. 난생 처음 입어보는 남성 의상이 많았다. “평소의 문옥경과 무대의 문옥경은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평소 모습은 ‘어떻게 연기하면 한눈에 보기에도 남자 같을까’를 고민했는데 나중에는 ‘문옥경만의 느슨한 중성적 매력을 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무대 위의 모습은 확실히 엄청난 아우라와 무게감을 지닌 남성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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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은채는 tvN 드라마 <정년이>에서 매란국극단 간판 스타 문옥경을 연기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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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웹툰의 ‘여성 서사’를 사랑했던 일부 팬들은 바뀐 드라마 내용을 비판한다. 드라마는 원작을 각색하면서 윤정년의 1호 팬이자 연인인 여성 캐릭터 ‘권부용’을 삭제했다. 원작의 결말에선 실제 역사와 달리 여성국극이 대흥행하지만 드라마에선 처참하게 몰락한다. 정은채는 “아무래도 원작을 12부작 드라마로 녹여내면서 분명히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지점이 있었을 것”이라며 “모두에게 완벽한 그림을 만드는 건 불가능한 일이고, 제작진의 최선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은채는 2010년 영화 <초능력자>로 데뷔해 14년 동안 다양한 역할을 맡아왔다. OCN 드라마 <손 더 게스트>에선 범인 검거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강력계 형사, 쿠팡플레이 시리즈 <안나>에선 타인에 대한 배려를 모르고 우월의식에 찌든 ‘금수저’, 애플TV+ 시리즈 <파친코>에선 일제강점기 고통스러운 삶을 이겨내는 여성을 연기했다. 혹시 문옥경처럼 연극·뮤지컬 무대에 대한 욕심도 있을까.

정은채는 “드라마지만 무대 연기를 해보니 무대의 매력이 엄청나긴 하더라”라며 “예전부터 무대 연기가 궁금했지만 기회가 없었는데 무대에서 작품을 펼칠 날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스로 다양하게 연기했다고 생각은 하지만 해보지 않은 역할도 너무 많아요. 조금 더 몸을 쓰는 스포츠 작품도, 진득한 멜로 작품도 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계속 다른 얼굴을 꺼내면 많은 공부가 되겠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작품이 선물처럼 찾아오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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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은채(왼쪽)는 tvN 드라마 <정년이>에서 매란국극단 간판 스타 문옥경을 연기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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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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