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대법원의 판단이 모든 사건에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비공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명단 공개와 관련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만큼 이번 대법원 판단을 계기로 수사심의위 관련 규정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대법원이 수사심의위 명단 공개 취지로 판단한 것에 대해 법원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비공개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우 본부장은 "법원 판단은 존중한다"면서도 "강원경찰청 사건에만 해당되는 사안으로 이번 판결 판례를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개인정보 유출이나 부작용이 많아서 비공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과거 판례에서는 비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지난 14일 강원경찰청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이 하급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 없이 기각하는 제도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8월 한 고소인이 강원경찰청을 상대로 수사심의위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고 이후 강원경찰청이 항소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경찰청 본청 [사진=뉴스핌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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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판단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판단된 점도 경찰이 사안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보는 근거이기도 하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대법원 판례로 정립되지 않는다. 대법원이 해당 사건의 사실 관계를 확정한 것도 아니라는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심리불속행으로 종결된 사안이라 대법원에서 심리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 난 부분이고, 사실 관계를 대법원에서 확정해 준 게 아니다"며 "대법원에서 법리적으로 판단을 명확히 했다면 기존의 상충되는 하급심 판결이 정리되겠지만 그런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수사심의위는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 절차와 결과를 외부 인사들이 심의하는 위원회다. 2018년 검찰을 시작으로 2021년에 경찰에 도입됐다.
명단 공개 논란은 앞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결과와 관련해 경북경찰청 수사심의위가 임성근 사단장에게 불송치 의견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됐다.
수사심의위 관련 규정은 '경찰 수사 사건 심의 등에 관한 규칙'이다. 규칙에는 심의를 비공개로 한다는 규정은 있으나 위원 명단 공개와 관련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사기관별로도 명단 공개 관련 규정은 제각각이다. 검찰 역시 명단 공개 관련 규정이 없는 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관련 지침에서 위원 명단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으며 위원 위촉 사실도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경찰은 관련 사안마다 법원 판단이 달라지는 만큼 이번 판단 취지를 검토하고 수사심의위 운영에서 제도 개선책들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수사심의위 명단 공개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지속되는 만큼 공개 여부를 명시하고, 공개 시에는 그 기준을 분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수사심의위 자료나 명단이 공개될 경우 위원들에 대한 공격 등 2차 피해 우려가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명단 공개 여부를 규칙 등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rawjp@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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