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국회로 들어서며 미소를 짓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위증교사 혐의 사건에 대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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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위증교사죄의 구성 요건인 ▶위증 ▶교사 행위 ▶고의성 중 고의성을 충족하지 못했기에 이 대표의 위증교사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이날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 출신인 김진성씨의 일부 위증을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위증), 이 대표가 김씨에 유리한 증언을 요청(교사 행위)한 것도 인정하면서 마지막 “김씨의 위증을 예견 또는 용인하는 ‘정범에 대한 고의’, 또 김씨가 위증하도록 만드는 ‘교사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증언 요청 당시 김씨가 재판 증인으로 나설지, 어떤 증언을 할지 등을 예견할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위증과 교사행위는 있었지만 위증교사란 ‘고의 범죄’는 없었다는 판단이다. 이에 법조계에선 “형법 이론상 있을 수 있는 판결”(로스쿨 교수), “국민이 보기엔 수긍이 쉽지 않을 것”(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이란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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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 혐의 김진성은 6개 중 4개 발언 유죄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과거 검사 사칭 사건(2004년 벌금 150만원 확정)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발언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공표)로 기소된다. 그러자 1심 재판 도중인 2018년 12월~2019년 1월까지 4차례 김씨와 통화하며 “김 전 시장과 KBS 간 이 대표를 ‘검사 사칭’ 주범으로 몰려는 협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부탁했고, 김씨는 실제 2019년 2월 14일 재판에서 같은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후 이 대표는 무죄를 받았다. 검찰의 백현동 수사 과정에서 김씨 통화 녹취 파일을 발견해 지난해 10월 이 대표와 김씨를 위증교사 및 위증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재판부가 김씨의 법정 증언 6개 중 위증으로 판단한 건 4개다. “김 전 시장과 KBS 측 사이에 ‘KBS 최모 PD에 대한 고소는 취하하고 이재명 쪽으로 (주범을) 몰아가자’는 협의가 이 대표 구속 전에 있었다”, “김 전 시장으로부터 ‘KBS 측과 그 문제를 협의 중’이라는 말을 (직접)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 등이다.
반면에 “김 전 시장 선거캠프 내에서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아서 확실하게 구속되게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등은 실제 김씨가 증언 당시 그렇게 인식했다는 이유로 무죄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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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 요청 이재명은 모두 무죄…法 “고의성 없다”
재판부는 위증이 인정된 4개 발언 모두 이 대표가 통화와 변론요지서 제공으로 김씨에게 요청한 내용은 맞다고 보면서도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변론요지서를 제공해 확인하게 하는 것이 “상식에 반한다거나 피고인으로서의 방어권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에서 열린 검찰 규탄 집회 집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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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또 “김씨 위증 과정에 이 대표가 개입했음을 인정할 만한 직접 증거가 없다”고 봤다. 실제 통화에서 이 대표가 “있는 대로 말해달라”, “안 본 것은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한 부분을 강조하면서다. 재판부는 “이 대표는 대화 과정에서 김씨가 모른다고 하거나 부인하는 내용은 배제한 채, 김씨가 기억하거나 동조하는 사항 또는 명백히 부정하지 않는 사항에만 명시적으로 증언을 요청했을 뿐”이라며 “증인에 대한 통상적인 증언 요청이지 위증 요구가 아니다”라고 했다.
재판부는 또 “이 대표는 김씨가 위증할 것을 알기 어려웠다”고도 덧붙였다. 김씨는 이 대표와의 통화에선 “그때 (김 전 시장) 수행을 안 하고 있어 잘 몰랐다”고 하면서 재판에선 “김 전 시장으로부터 협의 사실을 직접 들었다”고 위증한 부분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이 대표가 통화에서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고 말한 점을 강조했으나, 재판부는 “‘직접 경험하거나 관여한 부분은 아니지만 전해 들어 알고 있는 내용에 관하여는 들어서 알고 있다고 하면 된다’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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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고의성’ 해석…“수긍 어렵다”VS“기억 환기, 흔한 일”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위증은 유죄인데, 그걸 시킨 사람에게는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 판단은 고의를 굉장히 좁혀서 엄격하게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이 보기엔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에 기교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통상적인 경우라면 위증교사의 미필적 고의는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 사람이 위증을 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것을 어렴풋이라도 알면은 인정된다”며 “객관적 사실이 있는데도, 고의가 없다고 해서 무죄를 한 경우는 드물다. 고의의 법리와 안 맞는 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김희균 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는 “사람 내면의 문제는 인과 관계를 밝히기 쉽지 않다”며 “재판부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영향을 미쳤다는 생각은 들지만, 전적으로 그것 때문에 위증한 것 같지는 않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이 대표는 거짓말을 하라고 한 게 아니라, 본인한테 유리한 취지로 이야기해달라는 뉘앙스를 이야기한 건데, 결과적으로 김씨가 더 나가서 위증해버린 경우로 보인다”며 “어느 정도의 기억 환기는 거의 모든 증인에 대해 검사나 변호사도 많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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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전망 뒤집고 무죄…“들쭉날쭉 판결, 사법 신뢰 약화”
당초 이날 위증교사는 이 대표가 받는 5개 재판 중 유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전망된 만큼 여야 희비도 크게 엇갈렸다. 지난해 위증교사 혐의가 적시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법원은 그 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씨 역시 지난해 10월 기소 직후부터 위증을 인정했지만, 재판부는 “자백에 구애됨 없이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난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를 받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최기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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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형이 예상됐던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도 지난 15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다소 높게 나왔다.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에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무거운 형이다. 이번엔 반대로 유죄 예상 재판이 무죄가 나온 셈인데, 법조계 예측이 빗나가는 데에 대한 우려도 학계에서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새 사실이 드러난 것이 아닌데도, 판결이 들쭉날쭉하면 사법 신뢰가 상당히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지나친 정치의 사법화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법적 문제를 법리로 다투는 게 아니라 정치 문제로 계속 끌고 가면서 재판을 정치적 박해인 것처럼 선동하는 것이 문제”라며 “사법 불신을 키우고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흔든다”고 말했다.
이날 선고 후 검찰은 “재판부가 이 대표의 교사행위로 김씨가 위증했다고 판단해 김씨에게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이 대표에겐 범죄 의도가 없다고 본 것은 법리와 증거관계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하고, 항소심에서 유죄 입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영ㆍ김정민ㆍ최서인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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