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 없어 실효성 의문
도심 한복판 연쇄 추돌 이어
사망 사고까지… 해마다 증가세
약물로 면허 취소 2023년 91건
현행법상 약물검사 강제 못 해
법원 영장발부도 수일 걸려
“법 개정·간이 키트 개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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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관악구 남부순환로에서 한 차량이 갑자기 중앙선을 침범해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 두 대를 들이받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가해 차량의 40대 운전자가 어눌한 말투로 횡설수설하는 것을 보고 음주운전을 의심했지만, 이 운전자에게서 음주는 감지되지 않았다. 경찰은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는 운전자 진술을 토대로 간이시약 검사를 했고 마약 양성 반응이 나왔다.
이보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서울 강남구에서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고 주장한 20대 무면허 운전자가 7중 추돌사고를 냈다. 지난 8일에는 강남구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운전자가 행인을 치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한복판에서 약물을 복용한 운전자에 의한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운전자는 술에 취한 상태 외에도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으면 안 되지만, 급증하는 약물 운전자를 현장에서 단속하기는 어렵다.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한 ‘약물운전’에 대한 단속 규정과 제재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현행 도로교통법 제45조는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등을 투약한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혐의가 적용돼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음에도 약물운전 사고는 계속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약물운전으로 인한 면허취소는 2019년 58건에서 지난해 91건으로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음주운전과 달리 약물운전은 현장에서 단속이 쉽지 않다. 운전자가 약물검사를 거부하면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일단 운전자 동의가 없더라도 약물운전 정황이 확실하면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정밀검사를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과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들이 교통 범죄에 대한 차량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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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경찰서 교통과 경찰관은 “영장을 받으려면 하루 이틀은 걸리는데 현장 단속이 사실상 무의미한 셈”이라며 “음주운전처럼 현장에서 검사를 강제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약물 검사 거부 시 음주운전 거부와 같은 수준으로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서명옥 의원은 약물 측정 검사를 거부할 경우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지난달 4일 발의했다. 법안은 한 달 넘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약물운전은 소변·모발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 단속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단속 강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약 횟수가 빈번한 약물류를 중심으로 간이 키트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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