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공개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예산소위(20일) 회의록을 보면, 소위원장인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고용노동부 예산안 중 한국폴리텍대학 서천캠퍼스 신설 관련 예산 20억원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자 이같이 말하며 “지사님 의지도 강하고 또 지역구 의원도 여기에 대해 굉장히 기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좀 양지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소위원장이 직접 같은 당 동료 의원의 ‘지역구 챙기기’에 팔을 걷어붙인 셈이데, 결국 이 예산은 환노위 예비심사를 무사 통과했다.
김승환 정치부 기자 |
국회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12월2일)이 다가오면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예결특위) ‘소(小)소위원회’(소소위) 밀실심사 관행에 대한 우려가 슬슬 나온다. 법적 근거 없는 소소위는 회의록을 남기지 않아 지역구 민원 등 ‘쪽지예산’이 반영되는 통로가 된 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폴리텍대학 사례처럼 이미 회의록이 남는 상임위 예비심사부터 노골적인 지역구 챙기기가 횡행하고 있다. 더 가관인 건 예결위·기재위가 아닌 상임위에서도 소소위를 이제 버젓이 돌리고 있단 사실이다. 환노위 예산소위 회의록에선 임 의원이 소위 심사 예정인 예산안에 대해 “소소위의 심도 있는 심사를 거쳤다”고 했다. 한 환노위 관계자는 “상임위에서 소소위를 하는 건 처음 본다”며 ”몇몇만 임의로 짬짜미한 걸 법에도 없는 ‘소소위’라 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소소위에서 최근 논란이 된 서울 마포구 소각시설 관련 예산 약 97억원 삭감 또한 사실상 결정됐다. 마포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의 민원이 여기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본보가 이를 보도하자 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기사 일부를 게재하고 “마포구민 여러분, 기뻐하십시오”라며 사실상 ‘치적’으로 홍보했다.
예산 정국에서의 지역구 챙기기에 여야가 없는 건 일찍이 알았지만, 이제 후안무치 또한 ‘뉴노멀’이 된 모양새다. 국회회의록에서, 페이스북에서마저 이 지경이니 아무 기록을 남기지 않는 예결위 소소위 심사에 대한 비판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환노위가 21일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예비심사보고서엔 아직 관련 행정소송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서울시의 법률·시행령 위반’이 마포 소각시설 예산 감액 사유로 기재됐다. 이럴 바엔 ‘정청래 의원 민원’이라고 적어 놓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이와 관련해 “지역구 의원이 국회에서 주민들이 반대하는 시설 예산을 잘라 사업을 지연시키는 선례를 남기게 됐다. 앞으로 다른 기피시설도 이런 수난을 겪지 않겠나”라고 하던 한 국회 관계자의 걱정이 부디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김승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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