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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경욱 칼럼] 로이 콘, 트럼프 그리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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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아시아투데이 대기자


미국 대통령선거 직전 개봉된 영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인성 형성 과정이 어떠했는지 짐작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는 부유한 뉴욕 부동산업자 아버지 소유 아파트 세입자들을 상대로 밀린 집세를 받으러 다니는 트럼프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그는 어느 날 정·재계 고위 인사들을 변호하며 정치 브로커로 활동하는 변호사 로이 콘을 만나게 된다. 야망을 지닌 트럼프는 불법 수사와 협박, 사기, 선동으로 '인간의 탈을 쓴 악마,' '악마의 변호사'라고 불리는 콘을 인생의 멘토로 삼는다.

콘은 사회 초년생 트럼프에게 승리를 위해 자신의 이른바 '로이 콘 3가지 법칙'을 설파한다. 첫 번째 원칙은 공격이다. 재판에 방해가 되는 것들에 대해서는 협박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격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고 모두 부인하기다. 재판과정에서 어떤 증거·증인이 나오더라도 끝까지 부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라면서 (재판에) 졌다고 해도 절대 패배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 승리를 주장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런 3가지 법칙을 지켜 재판에서 늘 승리할 수 있다고 콘은 트럼프를 가르쳤다. 영화는 로이 콘 법칙을 개발사업 등에 그대로 적용해 성공 가도를 달리는 트럼프를 그려낸다. 영화를 보면 콘과 트럼프가 오버랩 된다. 성공한 트럼프는 콘의 심기를 건드렸고 결국 콘으로부터 얻어맞고 갈라섰다는 내용도 나온다. 콘은 59세로 세상을 떠났다.

비록 영화라고 하지만, 내용에 공감을 하게 되는 것은 바로 트럼프가 지난 대선 유세 때와 대통령 재임기간,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드러낸 숱한 말과 행동이 콘의 법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트럼프는 그동안 SNS를 통하거나 직설적인 화법으로 매우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만들어냈다. 정치·외교를 사업하듯 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잊혀질 만하면 주한미군의 분담금 얘기를 꺼냈다. 한국이 잘사는 나라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고 주장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렇듯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해 직설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충격을 주는 언행을 되풀이해 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유세 기간 그에게 막대한 후원금을 냈다. 그는 트럼프에게 무려 1억1900만 달러(1659억원)를 기부하고 유세에서 열심히 뛰었다. 도박을 했고 성공했다. 그 결과 전기차 및 우주개발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과감한 투자를 압도하는 최고의 투자 실적을 올렸다. 투자의 귀재이고 뛰어난 발상의 전환을 지닌 머스크는 이번에 트럼프의 눈을 사로잡았다. 두 인물 모두 기업인으로 성공했기에 남다른 친밀함을 가졌을 수도 있겠다.

머스크는 예상대로 미 행정부의 구조조정 담당 책임자로 발탁됐다. 트럼프 유세 현장에서 정부 지출에서 낭비를 근절해 2조 달러(약 2787조원)를 감축하겠다고 했다. 고효율 경영 기법을 적용하겠다고 하자 공무원 사회가 들썩이고 있다. 그는 이미 2022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인수 당시 기존 직원의 80%를 해고한 바 있다. 경영자로서 손에 피 묻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그다. 더 나아가 차기 행정부 인사에도 개입해 트럼프 측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공동 대통령' 행세를 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트럼프의 각종 행사 때마다 빠지지 않는다. 트럼프 일가에서는 '삼촌'이 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비전공 분야인 외교에도 훈수를 둔다. 트럼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 통화 때 배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만남에도 동행했다. 이익과 효율성을 앞세운 그의 거침없는 언행은 트럼프와 오버랩 된다.

두 인물 성품은 즉흥성, 과단성, 공격성 등에서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것 같다. 현안에 대해 정무, 외교, 시장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은 듯한 판단을 곧바로 SNS 등을 통해 전 세계로 방출하는 스타일이다. 두 사람은 향후 4년 전 세계를 휩쓸고 다닐 게다. 미국의 군사력, 강한 달러를 바탕으로 말이다. 그 반경이 어디까지일지 예측하기 힘들다. 두 사람이 앞으로 쏟아낼 숱한 발언이 세계 각국에 미칠 파장은 짐작하기 어렵다.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뽑아내는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그들이기에 우리로서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사람은 아무런 생각 없이 개구리에게 돌을 던질지 모르지만, 그 돌을 맞는 개구리는 죽을 수 있다. 이게 국가로 확대 해석된다면 그 파장은 엄청날 것이다. 개성이 뚜렷한 두 사람이 각국 정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게 확실시되는 만큼 우리는 '돌 맞는 개구리'가 되는 불상사를 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미 협상력이 뛰어난 인물을 전진 배치해 트럼프 정부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두 인물이 수시로 던지는 돌을 잽싸고 슬기롭게 피해가야 한다. 두 달 후 트럼프가 2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두 사람의 돌 던지기는 본격화한다. 두 사람의 조합,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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