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 증언 요청, 방어권 수준으로 봐
'위증 자백'한 김진성은 벌금 500만 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위증교사 혐의 재판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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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열흘 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당선무효형)를 받아 궁지에 몰린 이 대표는 '가장 유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까지 받았던 위증교사 혐의를 일단 벗으며 '최대 위기'에서 탈출했다. 재판부는 이 대표가 증언자에게 했던 발언에는 위증교사의 고의가 없었고, 통상적인 증언 요청에 불과했다고 결론 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김동현)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대표에게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인) 김진성에게 위증을 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상 남에게 범죄를 부추겨서 실행하도록 하는 '교사죄'는 타인(정범)으로 하여금 범죄를 결의하게 하여 그 죄를 범하게 한 때 성립한다.
이 대표는 무죄가 선고되자 미소를 지으며 변호인과 악수를 나눴다. 무죄 소식이 전해지자 법원 밖에서는 의원들과 지지자들의 함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재판부는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진성 씨의 일부 증언은 위증으로 판단해 벌금 500만 원 형을 선고했다.
이재명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재판부 판단. 그래픽=박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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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2018년 12월 22~24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씨에게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위증을 해달라고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검사 사칭 사건이란 이 대표가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으로 김 전 시장을 취재하던 KBS PD와 짜고 검사를 사칭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이 대표는 2004년 12월 이 사건으로 벌금 150만 원을 확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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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사건은 2018년 5월 경기지사 선거방송 토론회에서 이 대표가 "누명을 썼다"고 발언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다시 거론됐다. 이 대표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이 과정에서 김씨에게 허위 증언을 요구한 것으로 의심되는 통화 녹음 파일을 발견해 이 대표를 기소했다. 법조계에서 유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 사건이었고, 앞서 이 대표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한 영장전담판사도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한 적이 있다.
"통상 증언... '정범의 고의'도 없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위증교사 혐의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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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심 법원은 이 대표의 이런 발언들이 위증 교사가 아니라 '통상적 증언 요청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통화에서 나타나는 증언 요청은 증인이 기억하는 바를 확인하는 식의 통상적 증언 요청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증언을 언급했다고 해서 위증을 요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가 김씨에게 자기 상황을 설명하고, 변론요지서를 제공해 확인하게 한 행동에 대해서도 "(당시) 선거법 위반 사건의 피고인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방어권의 정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김씨의 증언 중 일부는 위증으로 판단하면서, 이 부분들에 대해선 "이 대표의 증언 요청은 각 위증에 대한 교사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대표에게 위증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위증을 할 것이라는 점을 이 대표가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선고를 마친 뒤 이 대표는 법원청사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면서 "정치가 이렇게 서로 죽이고 밟는 것이 아닌 공존하고 함께 가는 정치면 좋겠다"고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에둘러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김씨가 이 대표 부탁으로 허위 증언했다고 자백하고, 재판부가 이 대표의 교사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위증교사의 고의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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