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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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신용점수의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고신용자들의 대출 문턱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고신용자가 1금융권에서 문전박대 당하거나 저신용자보다 높은 이자를 내는 금리역전 현상도 속출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금리인하기를 맞아 은행권의 신용평가모형(CSS) 혁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은행연합회에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지난 9월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규 취급액 기준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925.3점으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이 941점으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928점), NH농협은행(925점), 신한은행(918점), KB국민은행(914점)이 뒤를 이었다.
1년 전인 지난해 9월 대비 평균 신용점수가 낮아진 건 5대 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이 유일하다. 당시 KB국민은행의 평균 신용점수는 947점에 달했지만 우리은행(933점), NH농협은행(918점), 하나은행(916점)신한은행(908점) 등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924.4점이었던 5대 은행의 평균 신용점수는 1년 만에 0.9점 떨어졌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집계한 지난해 말 기준 900점을 넘은 신용점수 비중은 주요 신용평가사 모두 40%를 웃돌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신용점수는 지난 2020년 말부터 가파르게 높아져 왔다. 지난 2020년 KCB와 NICE의 900점 이상 신용점수 비중은 각각 38.6%, 40.8%였지만 3년 만에 43.4%, 46.1%로 껑충 뛰었다.
올 하반기 들어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강화되면서 900점이 넘는 고신용자들도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신용점수만 높고 상환능력은 부족한 '무늬만 1등급' 차주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처럼 신용등급과 상환능력의 괴리가 발생한 건 '부정적 신용정보'의 공유가 어려워서다. 지난 2019년부터 금융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연체 기록 등 부정적 정보의 활용기준이 강화돼 신용점수의 하락 가능성이 낮아졌다.
또한 10만원‧5영업일 이상이었던 연체기준은 30만원‧30일 이상(단기)으로 완화됐고, 단기연체 이력정보 활용기간도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축소됐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1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신용사면 정책이 시행돼 신용점수 하락 요인은 더욱 줄어든 상태다. 신용평가사는 상환이 끝나도 연체기록을 최장 5년간 신용평가에 반영할 수 있지만, 신용사면에 따라 고객의 연체기록을 조회하거나 신용점수에 반영할 수 없게 됐다.
고신용자도 대출이 어려워지자 일각에선 실수요자들의 대출절벽과 금융시장의 신뢰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산업의 기술 발전으로 신용점수가 상승하는 건 당연하지만, 금융시스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를 대출 심사의 컷오프 용도로 사용하고 내부 신용평가모형을 이용해 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따라서 신용점수 인플레를 해소하려면 은행권의 신용평가모형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뱅크 등 플랫폼 기반 인터넷전문은행은 비금융거래를 통한 데이터 확보에 유리하고, 이를 통해 차주의 대출 상환 가능성을 정확히 평가해 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시중은행들의 경우 신용평가모형의 기능은 고도화돼 있지만 정확한 신용평가를 위한 데이터 확보가 안 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권의 마이데이터 사업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금융사 간 신용정보 교류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마이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을 신용평가 실효성 제고 방안으로 꼽았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의 신용점수 상향 쏠림 현상으로 인해 신용평가사의 신용점수와 실제 은행의 대출 승인 간 괴리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며 "신용평가사들이 금융 마이데이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금융회사, 금융소비자, 신용평가사 및 정책당국이 심도있게 검토하고 합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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