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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솔로로도 강한 K팝[임진모의 樂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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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로 통하는 비틀스는 비틀스만으로 역사적 존재감을 획득한 것이 아니다. 비틀스 말고 ‘솔로 비틀스’가 있었다. 해산 후 일제히 홀로서기에 돌입한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넷은 모두 빌보드 차트 1위 곡을 냈다. 이런 경이적 기록을 가진 그룹은 비틀스밖에 없다. 네 멤버가 다 노래를 불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대의 경쟁자였던 롤링 스톤스는 노래는 믹 재거가 전담해 나머지 멤버들은 솔로 작품 발표가 원활하지 않았다.

이데일리

명작 ‘이매진’과 ‘마이 스위트 로드’는 비틀스 아닌 각각 존 레논, 조지 해리슨의 솔로 히트곡들이다. 평단은 비틀스의 확고부동한 역사적 위상이 ‘1960년대 비틀스’와 ‘1970~1980년대 솔로 비틀스’의 작용과 반작용을 통해 구축되었다고 진단한다. 이 때문에 “어떤 밴드와 그룹이 강한 자장 속에 있었는지는 나중 그 팀원의 솔로 궤적을 보면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솔로 활동의 성공은 이전 그룹 때의 축적된 인지도에 각 개인의 강한 미적 결정성이 예술적으로 실현돼야 가능하다.

K팝의 슈퍼스타 블랙핑크와 방탄소년탄(BTS)의 솔로 활동은 그룹 시절 볼 수 없던 이러한 개성과 독자성이 발현되면서 현재 각국의 음원차트에서 일대 기염을 토하고 있다. 로제는 주지하다시피 현재 ‘아파트’란 유쾌한 곡으로 광풍을 야기 중이다. 모처럼 대중적 센세이션을 일으키더니 급기야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는 호기를 뽐내며 글로벌 시장으로 무섭게 뻗어 가고 있다. 올해 등장한 무수한 국내 대중음악 음원 가운데 순간 펀치력으로 따지면 이 곡을 넘어설 곡은 없다.

제니의 솔로 활동에 빛을 내준 곡은 2018년 ‘솔로’였고 올해 지코와 함께 한 ‘스팟!’에선 보컬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여성의 자아존중이 테마인 ‘만트라’는 현재 여성 찬가로까지 애청 되고 있다. 리사는 특별한 가수만이 서는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무대를 장식했으며 지수 하면 즉각 작년의 솔로 작 ‘꽃’이 떠오른다. 넷 모두 성공 그래프를 그려낸 것이다. 블랙핑크로 함께 달릴 때 못지않은, 각자 뛸 때의 고공 점프력이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음악 웹진 ‘이즘’은 이를 ‘포스트 K팝 시대를 알리는 솔로 출격’이란 특집 타이틀과 함께 분석했다.

이 대목에서 BTS는 여전히 최강자의 화염을 내뿜는다. RM, 진, 지민, 슈가, 제이홉, 뷔, 정국 일곱 멤버 모두 정규 앨범 혹은 EP를 출시했다. 최근 ‘뮤즈’란 앨범을 내 호평받고 있는 지민은 솔로로 이미 빌보드 차트 넘버원 곡을 보유하고 있고 정국은 지난해 빌보드 1위는 물론 세계적 대박을 친 ‘세븐’에 이어 두 곡이 더 나와 가장 인상적인 차트 플레이를 펼쳤다. 리더 RM, 슈가, 제이홉 또한 힙합 뮤지션 고유의 믹스테이프 활동을 시작으로 독자적 발성을 인정받는 음악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제이홉의 경우 방탄소년단 때보다 더 멜로디가 좋아진 느낌을 주고 있고 RM은 두 장의 수작 앨범으로 BTS 일곱 멤버 가운데 음악적으로 가장 고점에 있다는 평판을 얻었다. 군에서 전역한 뒤 본격적 솔로 활동을 개시해 현재 ‘해피’란 곡으로 우뚝 솟은 진과 ‘슬로 댄싱’을 포함해 싱글 단위로는 가장 선전한 뷔도 빼놓을 수 없다. 군 입대로 팀 활동이 어려운 가운데 단순히 공백기를 메우는 임시방편이 아닌 일곱 멤버 모두 명백한 자기 영토 개척에 대한 의지의 발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모든 것에 위험이 상존하듯 K팝도 불안의 징후가 도사린다. K팝이란 용어를 대중화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나온 지 10년을 훌쩍 넘기면서 피로감과 더불어 BTS의 병역의무 돌입으로 완전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한쪽에서 위기론이 부상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 그룹 멤버들의 솔로 활동은 여전히 K팝을 메인 토픽으로 유지해 주는 순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음악에서는 대중의 심리적 화제성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들이 분전하는 기간에 완성도와 호소력을 지닌 곡으로 무장한 새 그룹이 출현해 K팝의 기세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현재 우리 가요계의 당면 과제는 K팝의 운동성 유지다. 모든 에너지를 여기에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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