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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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 연임 100일 만에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놓였다.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형을 받은 이 대표는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형량에 패닉에 빠지다시피 했던 이 대표와 민주당이 충격을 수습할 틈도 없이 두 번째 1심 선고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재판 결과에 따라 지난 총선을 거치면서 이 대표 '일극 체제'로 바뀐 민주당의 원심력이 커질 수 있다. 앞으로도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불법 유용 등의 재판이 줄줄이 이어진다.
8·18 전당대회로 민주당 초유의 연임 대표가 됐을 때만 해도 이 대표는 ‘먹사니즘’을 앞세워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집권 플랜을 가동했다. 하지만 25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이 대표와 민주당은 성과를 되짚어 볼 분위기가 아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계획도 없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부담이 현실화되면서 ‘먹사니즘’은 물론이고, 당도 풍전등화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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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찻잔 속 태풍 ‘먹사니즘’
정근영 디자이너 |
7월 10일 당 대표 연임 도전을 선언한 이 대표는 “먹고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며 “‘먹사니즘’이 유일한 이데올로기”라고 강조했다. 연임 후 이 대표의 100일간 공식 석상 모두 발언을 분석한 결과 ‘경제’를 223번 언급했다. ‘국민’(518회)과 ‘문제’(248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지원(93회)·지역(93회)·기회(83회)·기업(83회)·민생(79회) 등 경제와 정책 관련 키워드도 즐겨 썼다. 내년 시행론이 우세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이끌었다.
기대만큼의 ‘재미’는 못 봤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이 대표 연임 후 민주당의 지지율은 31%(8월 4주)→33%(9월 2주)→30%(10월 3주)→34%(11월 3주)로 횡보했다.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당 관계자는 “금투세 문제가 관심을 모았지만, 뜨거웠던 당내 분위기에 비해 일반 국민을 달아오르게는 못 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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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덜 익은 尹심판론
주말인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전국안보시민단체연합 주최로 자유통일을 위한 주사파 척결대회가 개최됐고(왼쪽),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주최로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2차 시민행진'이 진행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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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에선 ‘먹사니즘’의 중도층 확장 실패 원인으로 설익은 윤석열 정부 심판론이 언급된다. 이 대표가 민생을 얘기하는 사이, 당 지도부는 탄핵 공세를 이어왔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 녹취록을 확보하면서 기세를 올렸고, 윤석열 정부 조기 퇴진 여론을 끌어내려 애썼다. 이달 초부터는 한동안 거리를 둬온 반(反)정부 장외집회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집회 참여자(경찰 추산)는 1주차 1만7000명→2주차 1만5000명→3주차 2만5000명→4주차 9000명으로 동력이 안 붙었다. 익명을 원한 친명계 관계자는 “‘먹사니즘’ 같은 포지티브 이슈가 탄핵·특검 등 네거티브 이슈에 묻혀 외연 확장에는 실패했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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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예상 넘은 사법리스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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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당선무효형’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까지 중형을 선고받는다면 그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당 관계자는 “아무리 ‘일극 체제’라도 당내 원심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현재 수면 아래 있는 비명계와 3김(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이 움직일 공간이 생길 것으로 본다. 친명계 안에서도 대선 출마 무산 가능성이 커진 이 대표의 ‘유산’을 놓고 경쟁이 일어나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 대표는 5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판결 전까지는 유죄의 ‘유’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며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지 않은 것 자체가 당이나 이 대표를 위해 좋은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당에선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직 중진 의원은 “‘6개월 이내에 이 대표 유죄가 확정된다’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며 “이제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닌 ‘민주당의 이재명’으로 전략을 바꿔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정재 기자 kim.j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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