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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번지는 석화發 리스크] 스페셜티 제품군 키우고, 정책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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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력 사업은 정리···허리띠 졸라매는 석화 기업들

사업 재편 위해 정부 역할론 대두...'빅딜'까지도 염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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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케미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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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비주력 사업은 매각하고,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제품에 적극 투자하며 위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에 더해 최근 중동의 석유화학 산업 진출과 탈탄소 정책 등의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한 불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도 절실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대대적인 세금 감면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직접 국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 작업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비주력 사업은 정리···허리띠 졸라매는 석화 기업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스페셜티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LG화학은 비효율 자산 매각 정리와 함께 종합 전지소재 회사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석유화학 원료인 스티렌모노머(SM) 생산을 중단한 데 이어 최근 전남 여수 공장의 폴리염화비닐(PVC) 라인 일부를 고부가가치 스페셜티로 전환하기로 했다. PVC는 건설자재로 쓰이는 대표적인 범용 플라스틱이다.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여수2공장 매각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진 사업 매각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LG화학의 3대 신사업(배터리 소재, 친환경, 신약) 분야에 적극 투자할 방침이다.

LG화학은 오는 2025년까지 배터리 소재와 바이오 분야 등에 10조원을 투자해 신사업 매출 비중을 지난해 21%(6조6000억원)에서 2030년 57%(40조원)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이차전지와 수소 등을 신성장 동력으로 꼽아 국내·외 공장 건설에 나섰다. 금호석유화학은 전남 여수의 제2에너지 사업장에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설비를 짓는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외에도 한화솔루션은 북미 최대 태양광 통합 생산기지 ‘솔라 허브’를 기반으로 미국 태양광 시장을 공략하고, 효성화학은 필름 사업 등 비핵심 사업 분야의 매각을 통한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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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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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딜'까지도 염두···심각성 인식한 정부

정부 역시 장기 불황을 겪는 석유화학업계를 위해 소매를 걷어붙이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함께 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인한 외부 불확실성이 커지며 정부 역할론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 기업들의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세금 감면 등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 달 중 석유화학 산업 재편에 관한 제도적 지원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직접 국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 작업에 적극 나설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 등을 활용해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 기반한 인수합병(M&A)이 진행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실제 석유화학 산업은 대규모 장치 산업으로 고정비 비중이 커 M&A를 통해 사업 규모를 키워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석유화학 산업 위기 속 정부 주도 빅딜이 거론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4년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사상 최악의 실적을 받아들인 당시에도 정부 주도 빅딜을 통한 대형화로 산업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까지 국내 석유화학기업 중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화를 추진한 곳은 없다. 다만 이웃 나라인 일본의 경우 '오일쇼크' 여파로 석유화학 산업 수익성이 악화한 1980년대 초부터 꾸준히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업 재편이 이뤄졌다.
대표적으로 1994년 미쓰비시화성과 미쓰비시유화가 합병해 미쓰비시화학이 탄생했고, 1997년 미쓰이석유화학과 미쓰이도아쓰화학이 합병해 미쓰이화학이 발족했다.

이때 일본 정부는 M&A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석유화학산업에 한시적으로 유예하는 등의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지원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산업의 공급과잉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국내 석유화학산업이 불황과 호황기를 지나던 때마다 향후 국내외 수요 부진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 필요성이 거론돼 왔다. 이젠 그 문제에 기업과 정부 모두 적극 나서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이나경 기자 nak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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