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경제·채권전문가 '경제성장률' 전망
절반은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1%대 예측
한은 기준금리 결정서 '경기' 최우선 두나
채권금리 연말까지는 높은 수준서 보합권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오는 28일 경제전망 수정치 발표를 앞둔 한국은행도 내년 성장률과 관련해 고심을 거듭 중이다.
한은이 내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2.0%보다 낮춰 잡는다면 기준금리 결정에 있어서도 경기 요인을 외환시장(환율), 금융안정(부동산), 물가 등보다 앞 순위에 둘 가능성이 높다.
24일 아주경제신문이 국내 거시경제·채권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조사한 결과 절반인 5명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0% 미만으로 제시했다.
한은은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고 같은 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경제 성장률을 발표한다. 지난 8월에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4%와 2.1%로 전망한 바 있다.
특히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얼마나 낮출지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 3분기에는 믿었던 수출의 배신으로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 내수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수출까지 둔화 조짐을 보이니 내년 전망이 밝을 수 없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내수가 부진한데다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정책으로 수출 하방 압력도 심화할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건설투자 개선이 쉽지 않아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것"이라며 "수출 역시 트럼프 리스크로 우려가 증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트럼프 재집권'을 꼽았다.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높여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한 고율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 연간 수출이 450억 달러 감소하고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29~0.6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가 하반기 이후 크게 낮아지는 가운데 내수가 이를 상쇄하지 못하는 국면"이라며 "내년 성장률도 기존 1.9~2.0%에서 트럼프 영향을 고려해 1.8%로 조정했고 최악의 경우 1.6%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통화정책 변화 여부도 관심사다. 내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이하로 제시한다면 기준금리 결정에도 경기를 최우선 순위에 놓을 수밖에 없다. 금통위 내 비둘기파(통화정책 완화 선호)적 목소리가 커질 공산이 크다.
지난주 채권시장은 금통위 개최를 앞두고 비둘기파적 신호를 기대하며 장을 소화했다. 21일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829%, 10년물 금리는 2.978%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채권 금리와 관련해 연말까지는 트럼프 트레이드 영향으로 다소 높은 수준의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이후에는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완화되며 기준금리 인하에 맞춰 채권 금리도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경기 회복 지연과 20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적자 국채 발행은 채권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숙원이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채권 수급 부담을 완화할 재료로 평가된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당분간 트럼프 트레이드 기대감에 따라 (채권 금리가) 다소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확대되겠지만 금리 인하 사이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기적으로는 하향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서민지·장선아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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