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전경.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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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호처가 ‘스크린 골프장 무상 제공’ 의혹이 제기된 대통령 관저 ‘유령 건물’에 대해 “자체 예산을 들여 현대건설과 계약·준공한 경호시설”이라고 해명했다. 애초 스크린 골프장을 검토했다가 경호시설로 바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해명은 지난 감사원 감사 결과와 크게 달라 의문만 더 키운다. 감사원은 관저 이전 공사에 들어간 모든 예산 사업을 감사했다고 발표했었다. 경호처 예산이 쓰인 공사라면 당연히 감사 대상이다. 감사원이 부실감사를 한 건가, 아니면 경호처가 거짓말을 하는 건가.
경호처는 최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관저 내 70㎡짜리 유령 건물이 스크린 골프장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윤 의원실에 ‘2022년 7월 현대건설과 관저 건물 공사 계약을 했다. 경호처 자체 예산 1억3천만원이 들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해명은 선뜻 믿기 어렵다. 지난 감사 때 감사원이 감사 대상으로 밝힌 ‘경호청사’ 범주는 “대통령 경호처 소속 직원의 사무 공간 및 출동대기시설”이었다. 이에 따라 경호처는 예비비 또는 자체 예산으로 체결한 1억원 이상 공사 계약 22건(87억여원) 등의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했었다. 따라서 이 건물도 당연히 관련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했어야 한다. 경호처가 감사원을 속인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왜 감사원 감사에서 이 건물이 빠졌는지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
이 건물은 관저 이전 과정에서 증축된 시설 가운데 가장 큰 건물인데도 증축 2년이 넘도록 신고하지 않아 부동산 등기부에 나오지 않는다. 공사비 집행 내역은 정부 예산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사비를 무상 또는 대납 형태로 공사를 해준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포괄적 뇌물에 해당한다. 공사비 출처를 입증할 방법이 없으니 일단 경호처 예산이라고 둘러대고 나중에 계약서 등을 짜맞춘 건 아닌가.
감사원은 그동안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감사에서 빠짐없이 했던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대통령 관저 감사 때는 하지 않았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대통령실 등이 자료 협조를 잘해서 안 했다”고 했다. 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하게 감사했다”고 했다. 그 말에 책임지려면 감사원은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감사방해죄로 고발해야 한다. 전 정권 감사 때는 조금만 협조가 안 돼도 득달같이 고발하지 않았나. 감사원은 유령 건물에 대해서도 당장 재감사를 해야 한다.
참여연대가 10월22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 결과 불법으로 드러난 사안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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