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사설] 의혹만 더 키운 대통령 관저 ‘유령 건물’ 해명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전경.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 경호처가 ‘스크린 골프장 무상 제공’ 의혹이 제기된 대통령 관저 ‘유령 건물’에 대해 “자체 예산을 들여 현대건설과 계약·준공한 경호시설”이라고 해명했다. 애초 스크린 골프장을 검토했다가 경호시설로 바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해명은 지난 감사원 감사 결과와 크게 달라 의문만 더 키운다. 감사원은 관저 이전 공사에 들어간 모든 예산 사업을 감사했다고 발표했었다. 경호처 예산이 쓰인 공사라면 당연히 감사 대상이다. 감사원이 부실감사를 한 건가, 아니면 경호처가 거짓말을 하는 건가.



경호처는 최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통령 관저 내 70㎡짜리 유령 건물이 스크린 골프장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윤 의원실에 ‘2022년 7월 현대건설과 관저 건물 공사 계약을 했다. 경호처 자체 예산 1억3천만원이 들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해명은 선뜻 믿기 어렵다. 지난 감사 때 감사원이 감사 대상으로 밝힌 ‘경호청사’ 범주는 “대통령 경호처 소속 직원의 사무 공간 및 출동대기시설”이었다. 이에 따라 경호처는 예비비 또는 자체 예산으로 체결한 1억원 이상 공사 계약 22건(87억여원) 등의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했었다. 따라서 이 건물도 당연히 관련 자료를 감사원에 제출했어야 한다. 경호처가 감사원을 속인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왜 감사원 감사에서 이 건물이 빠졌는지 납득할 만한 해명을 해야 한다.



이 건물은 관저 이전 과정에서 증축된 시설 가운데 가장 큰 건물인데도 증축 2년이 넘도록 신고하지 않아 부동산 등기부에 나오지 않는다. 공사비 집행 내역은 정부 예산 어디에서도 확인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공사비를 무상 또는 대납 형태로 공사를 해준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포괄적 뇌물에 해당한다. 공사비 출처를 입증할 방법이 없으니 일단 경호처 예산이라고 둘러대고 나중에 계약서 등을 짜맞춘 건 아닌가.



감사원은 그동안 문재인 정권에 대한 감사에서 빠짐없이 했던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대통령 관저 감사 때는 하지 않았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대통령실 등이 자료 협조를 잘해서 안 했다”고 했다. 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하게 감사했다”고 했다. 그 말에 책임지려면 감사원은 대통령실 관계자들을 감사방해죄로 고발해야 한다. 전 정권 감사 때는 조금만 협조가 안 돼도 득달같이 고발하지 않았나. 감사원은 유령 건물에 대해서도 당장 재감사를 해야 한다.



한겨레

참여연대가 10월22일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대통령 관저 이전 감사 결과 불법으로 드러난 사안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책방, 한겨레에서 만나자 [세모책]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