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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구급대의 응급의료 지원 요청에 “신경외과 전문의가 없다”며 다른 병원 응급실을 권유한 것은 ‘응급의료 거부’가 맞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응급의료를 요청하는 환자에 대한 직접 진찰 없이 병원 사정을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의사를 표시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강재원)는 최근 대구가톨릭 대학병원 설립·운영 중인 선목학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사건은 지난해 3월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2시께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 구급대가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A양을 구조했다. 구조 당시 A양은 머리 뒤쪽에 부종과 발목 통증을 호소했으나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A양은 구조 20분 만에 첫번째 병원으로 옮겨졌다. 첫번째 병원 소속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A양을 자살시도 환자로 판단해 폐쇄 병동 입원이 가능한 대학병원으로 이송을 권유했다. 20분 후 도착한 두번째 병원의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중증외상이 의심되니 권역외상센터에 먼저 확인하라”고 권유했다.
구급대는 구조 1시간 20여분이 지난 오후 3시 24분경 두번째 병원 주차장에서 대구가톨릭 대학병원 응급실로 전화했다. 응급의료센터장은 “신경외과는 (진료가) 안된다. 의료진이 없다”고 답했다. 119 구급대는 이후 병원 3곳의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으나 모두 거절 당했다. 결국 다시 대구가톨릭대에 이송을 요청했으나 병원측이 “감당이 되지 않는다”고 말해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과정에서 심정지가 발생했다. 결국 A양은 구조 4시간 10분 만에 사망했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의료 거부’를 이유로 재정지원 중단 처분을 내렸다. 재단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다른 병원을 추천하거나 신경외과 이외 과목에 대한 진료가 가능하다고 답변했을 뿐 응급의료를 ‘거부’한 사실은 없다는 취지였다.
1심 재판부는 보건복지부의 손을 들어줬다. 병원측의 초기 대응을 단순히 ‘병원 상황 전달’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응급환자와 응급환자가 아닌 자를 구별해 조치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이를 판정하기 위한 1차 내지 기초 진료가 전제돼야 한다”며 “응급의료를 요청한 자에 대해 기초 진료조차 하지 않은 경우로 응급의료 거부·기피에 해당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응급의료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병원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구가톨릭대병원측은 환자를 받았다 해도 해당 분야 전문의가 없어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무리하게 환자를 수용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위험이 있었다는 취지다.
1심 재판부는 “의사 부재로 진료를 할 수 없는 경우, 의사가 타 전문과목 영역이나 고난이도 진료를 수행할 전문지식 또는 경험이 부족한 경우 응급의료를 거부할 수 있다”면서도 “이 사건 처분은 사망이라는 결과와 관계없이 응급의료의 필요성·해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조치조차 취하지 않은 점을 이유로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시설 및 인력에서 응급환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했다. 단순히 신경외과 전문의가 부재 중이라는 사정만으로 처음부터 수용 자체를 거절한 것은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병원측은 1심 재판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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