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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1000만 가입자 앞둔 알뜰폰의 미래는… 도매대가 인하·통신 3사 자회사 규제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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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 이동통신 출범이 좌초된 상황에서 현실적인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은 ‘알뜰폰(MVNO) 활성화’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알뜰폰의 시장 점유율이 20%에 근접하며 사실상 이통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3월 가계통신비 부담 경감을 위해 전환지원금(이동통신사를 갈아탈 경우 위약금 등 최대 50만원 지원)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알뜰폰 가입자를 뺏는 결과를 낳으면서 내년부터는 통신 시장 내 경쟁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알뜰폰 점유율의 절반가량을 이통 3사 자회사가 점유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 ‘점유율 20% 눈앞’ 알뜰폰 내년 고비 올까

조선비즈

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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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알뜰폰 이용자는 약 947만7392명으로,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16.6%를 차지했다. 지난 2020년(609만명) 대비 가입자가 55% 증가했으나, 업계에선 알뜰폰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통 3사가 망 사용료인 도매대가를 내리지 않는 이상 알뜰폰 업체들이 통화 품질 등 상품 경쟁력을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협상력이 낮은 알뜰폰 사업자를 대신해 SK텔레콤과의 중재를 대신했으나, 내년부터는 개별협상으로 바뀐다. 알뜰폰 업계 한 관계자는 “알뜰폰협회에서 회원사 의견을 모아 협상을 진행한다고 해도 통신사들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도매대가 인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도매대가 지급 방법을 SK텔레콤과 알뜰폰이 ‘협의해서 정하라’는 조항 자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국회에서 이 조항을 다시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진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지금 통신요금으로 받는 돈과 (이통사에) 도매대가로 주는 돈이 같은데 (알뜰폰 업계는) 가입자를 모집할 수록 비용이 더 들어가는 상황”이라면서 “단순히 숫자만 보면 알뜰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제든 통신 3사가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 확보에 나선다면 알뜰폰 가입자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알뜰폰 시장에서는 약 70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데, 대기업 자회사들이 점유율의 약 47%를 차지하고 있다. 도매대가 인하와 관련해서도 영세한 기업일수록 할인율을 높이는 ‘차등 할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신철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알뜰폰 시장이 규모의 경제 영역이다보니 작은 기업들은 사업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영세할수록 도매대가도 차등 할인을 적용해 비용을 덜어주고, 고객 서비스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면 출혈 경쟁으로 인한 부작용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 이통 3사 자회사 점유율 논란… 규제 강화 가능성은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KT 계열사인 KT엠모바일과 KT스카이라이프는 알뜰폰 시장에서 각각 17.1%, 4.4%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SK텔레콤 자회사 SK텔링크는 7.4%, LG유플러스 자회사인 미디어로그와 LG헬로비전은 10.8%, 7.3%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의원은 지난달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알뜰폰 시장의 큰 성장에도 절반을 이통사 자회사가 가져가고 있어 반쪽짜리 성과에 불과하다”며 “대기업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퇴출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이통 3사 자회사의 시장 진출을 허용했고 불공정행위를 막는 차원에서 1이통사·1자회사 원칙과 점유율 제한을 적용했다. 그러나 2019년 LG유플러스가 CJ헬로비전(현 LG헬로비전)을 인수하면서 이러한 관행이 깨졌고 KT 계열사 2곳, LG유플러스 계열사 2곳 등 이통 3사는 총 5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게 됐다.

대기업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지배력에 대해 정부가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자본력이 막강한 대기업 계열사와 금융권 알뜰폰 자회사가 출혈경쟁을 벌이고 중소 사업자들의 생존을 위협함에도 이에 따른 제재를 가하거나 감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이통사 자회사간 통합을 비롯해 합산 점유율 과점을 막기 위해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점유율 산정시 IoT 회선을 포함시킬지 여부 등도 다루면서 정부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효진 기자(olive@chosunbiz.com);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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