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김영삼 9주기 추도식…정치권 발걸음
정치권, YS ‘개혁가’ 면모 공통된 평가
최요한 “문민정부 개혁과 尹정부 4대개혁 시대정신 달라”
“국정 나침판인 시대정신 없으면 나라 표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가운데)이 22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모식’에 참석했다. 사진=임현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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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79년 뉴욕타임즈 인터뷰와 YH 사건으로 국회의원에서 제명된 후 남긴 말로 본인의 정치철학을 나타내고 있다. 여야와 정부는 김 전 대통령 서거 9주기를 맞아 ‘김영삼 정신’을 이어간다고 했지만, 현 정부와 정치권 모두 개혁의 원동력인 ‘시대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모식’에서 정치인들은 김 전 대통령을 ‘개혁가’로 평가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영원한 의회주의자 김 전 대통령은 투사이자 개혁가”라며 “민주주의를 찾기 위해 불꽃처럼 싸웠고 이를 지키기 위해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개혁했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영원한 민주주의자 김 전 대통령은 그야말로 투쟁의 연속이었다. 그 투쟁은 오롯이 국가와 민족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며 “대도무문(大道無門)은 김 전 대통령의 휘호로, 옳은 일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을 본인의 삶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하나회 척결과 금융실명제 개혁을 통해 국가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업적을 이뤘다”며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한 마디는 김 전 대통령의 굳센 의지와 불굴의 희망을 상징한다”고 전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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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짖어도 기차는 갈 수밖에 없다”…김영삼 ‘불굴의 개혁’
김 전 대통령의 키워드는 ‘개혁’으로 이를 해내기 위해 민주주의와 국민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웠다. 문민정부는 △하나회 숙청 △금융실명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지방자치제 △고용보험 △민주주의 시대 개막 등 당시 시대상으로 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냈다.
당시 금융실명제가 도입되면 금융시장에 혼란이 생겨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돌았다. 그러나 우려한 바와 다르게 혼란은 크지 않았다. 1993년 8월 13일부터 10월 12일까지 계좌 실명전환은 97.4%에 육박했다. 금융실명제는 지금까지 지하경제로 인한 부정부패를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회 안전망인 고용보험도 도입 초기에 국가 재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우려와 다르게 고용보험은 도입 직후 1997년 외환위기(IMF)를 맞아 실업자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의 일환으로 취임 첫 해인 1993년 국립박물관으로 사용된 조선총독부 건물 해체를 지시했다. ‘5·18 특별법’도 제정해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통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구속했다.
이 같은 개혁으로 김 전 대통령은 현재 대한민국의 사회시스템의 초석을 쌓은 대통령으로 평가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임현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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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4대 개혁 ‘시대정신’ 원동력 부족
윤석열 정부는 4대 개혁(교육·노동·연금·의료)을 내걸었지만, 이를 뒷받침할 ‘시대정신’을 꺼내지 못했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20%대로 내려 앉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슷한 수준의 대규모 개혁을 진행한 김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와 다른 결과다.
임기반환점을 돈 윤 정부는 4대 개혁을 완수해 민생을 안정화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러나 각 개혁을 살펴보면 갈 길이 멀다. 의료개혁의 경우 8개월 간 의료공백이 발생한 상태에서도 의료계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태다. ‘여야의정 협의체’에서도 협의가 2025학년도 의대정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연금개혁에서는 보험료율을 13%로 늘리고 소득대체율 42%를 유지하는 ‘정부 단일안’이 나왔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 여야의 대결구도가 더 첨예해지면서, 정부 단일안은 정치권 논의 테이블에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노동개혁은 파업에 따른 ‘노동손실일수’ 감소를 성과로 공개했다. 그러나 사측과 노동조합의 갈등, 조직화되지 못한 중소기업 노동자 권리 등 핵심적인 문제를 짚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개혁 역시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예고했지만, 교권과 학생인권 균형 등 핵심적인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개혁까지 다가가지 못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22일 문민정부와 윤 정부의 ‘개혁’ 차이점으로 ‘시대정신’을 짚었다. 그는 “김영삼표 개혁은 사회시스템과 제도의 기초를 만들었다.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숙청 등 민주주의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길을 닦은 대통령”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지방자치제, 고용보험도 먼 미래를 준비한 개혁이다. 김 전 대통령의 개혁 원동력은 시대정신을 공감한 국민”이라며 “그러나 현 정부와 정치권은 제대로 된 시대정신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국정의 나침판인 시대정신이 없으면 나라는 표류하게 된다. 개혁에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며 “현 정부의 4대 개혁도 국민이 공감할 시대정신을 마련하지 못하면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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