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추진 민주, 반대급부 ‘배임죄 완화’ 만지작[이런정치]

이재명·진성준 입 모아 가능성 언급

주식시장 활성화 TF 차원 논의 시작

李, 재계 등에 “상법 개정 토론하자”

이재명·진성준 입 모아 가능성 언급
주식시장 활성화 TF 차원 논의 시작
李, 재계 등에 “상법 개정 토론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경영계가 반발하는 상법 개정 추진에 관한 반대급부 성격으로 해석되는 ‘배임죄 개편’ 논의에 들어갔다. 배임죄의 범죄 구성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 등이 당내에서 거론된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2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 상법상 특별 배임죄가 있는데 이 두 항목의 범죄 구성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진 의장은 “대법원은 이미 회사 경영진이 경영상 판단을 충실하게 내렸을 경우에는 면책을 하도록 판결하고 있다. 이 같은 경우에는 배임죄로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어떤 방안이 더 나을지 들여다보며 법안을 성안 중이다. 늦지 않게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배임죄 개편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당론 추진 중인 민주당이, 이에 관한 경영계 반발을 누그러트릴 방안 중 하나로 고려하는 카드로 꼽힌다. 진 의장은 상법 개정 반대 목소리에 “이제 소액 주주라고 하더라도 일반 주주들이 자기 권리를 행사하도록 보장할 때가 됐다”면서도 기업들이 우려하는 지점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재명 대표도 거듭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사안이다. 이 대표는 지난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기업의 배임죄 적용이나 배당소득 문제와 주주 가치 제고 관련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1일엔 개인투자자들과 만나 “기업인을 배임죄로 수사하고 처벌하는 문제를 공론화할 때가 됐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과 같은 정치·사법 환경에서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면 의사 결정이 있을 때마다 주주들이 고발하고 (기업인이) 수사당할 수밖에 없다”며 당론으로 추진하는 상법 개정으로 인해 기업인들의 우려가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직접 언급했다.

이 대표는 “(기업인의 경영 판단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으면 불안해서 (경영을) 할 수가 없다. 기업인의 이런 우려를 무시하기 어렵다”며 “주주도 경영진 입장을 고려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이 배임죄로 회사를 수사하면 회사가 망해버린다. 삼성도 현재 그러고 있는 것 같다”며 “이사 충실의무가 확대되면 이런 비정상적 상황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경영계가 우려한다”고도 짚었다.

앞서 여권에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이 상법을 개정하되 이와 함께 배임죄를 폐지하면 소송 남발 등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상법 개정을 추진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배임죄 폐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개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태스크포스) 관계자는 “배임죄 완화와 관련해 TF 차원에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대표는 재계 등을 향해 상법 개정 관련 공개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자신이 직접 토론에 참여해 찬반 양론을 들어본 후 당의 입장을 정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 대표는 “얼마든지 타협할 수 있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며 현재 정책 방향을 수정할 수 있는 여지까지 열어놓았는데, 이를 두고 강한 반대에 부딪힌 이 대표가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