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320일째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한국옵티칼) 해고 노동자 박정혜, 소현숙 씨를 응원하고 사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었던 민주노총의 두 지도위원이 160킬로미터 거리의 도보 행진을 시작했다.
2012년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에 맞서 타워크레인에 올라 309일 간 농성한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2019년 노조활동 보장 등을 촉구하며 영남대의료원 옥상에 올라 227일 간 농성한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진숙, 박문진이 부산 호포역에서 구미 한국옵티칼 공장까지 도보로 행진하는 '희망 뚜벅이'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지도위원이 "박정혜, 소현숙, 고공농성 320일. 걱정만 하기엔 너무 긴 시간이라며 고공농성은 "몰라도 될 외로움까지 뼛속 깊이 알게 되는 일이다. 겪어본 또 한 사람, 박문진과 함께 간다. 가서 두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려 한다"고 행진을 시작한 취지를 밝혔다고 전했다.
김 지도위원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행진을 마음 먹은 이유에 대해 "동병상련의 마음이 있고, 또 너무 오래 돼 가고 있다"며 "320일인데도 해결될 기미가 전혀 안 보이고, 옵티칼 자본은 시간만 끌고 있고 정치권도 '민생', '민생' 말만 하면서 누구도 나서서 이걸 해결하겠다는 의지들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두 사람을 그냥 내버려두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서 걱정이 돼 나왔다"고 밝혔다.
김 지도위원은 고공농성 중인 두 노동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한국옵티칼 희망버스가 운행한) 300일 되는 날 영상으로 두 사람을 보는데 한 동지가 계속 울었다. 끝까지 울고 있었다"며 "나중에 그 친구에게 편지가 온 것 같은데, 그걸 보니 '그동안 억눌러 온 게 그날(농성 300일) 터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었다"고 했다.
이어 "저는 그게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안다. 너무 외롭기도 하고 막막할 것 같다"며 "저렇게 오래 갈 줄은 아무도 생각을 못했을 것 같다. 그런데 1년이 다 돼가고 있다. 두 사람한테는 뭐라고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너무 늦게 나와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과 박 지도위원의 도보 행진은 향후 열흘 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행진 경로는 삼량진역, 밀양역, 상동역, 청도역, 팔조령 휴게소, 기쁨의 꽃동산, 대구북부 시외버스터미널, 신동역, 포남보건진료소 등이다. 금속노조는 두 지도위원이 다음 달 1일 한국옵티칼에 도착한 뒤 공장 내에서 집회 등 행사를 열 계획이다.
앞서 2022년 10월 일본 니토덴코 그룹의 한국 자회사인 한국옵티칼은 구미공장이 화재로 전소되자 청산을 결정하고 193명에게 희망퇴직을 받은 뒤 이를 거부한 17명을 정리해고했다.
해고자들은 한국 옵티칼의 생산 물품이 니토덴코의 다른 한국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니토옵티칼) 평택공장에서도 생산된다는 점을 들어 평택공장으로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현재까지도 7명의 해고자가 이를 주장하고 있다.
320일째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지회 박정혜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부장이 자신과 같은 해고자들의 요구를 안고 20년 가까이 일했던 공장 옥상에 오른 것은 지난 1월 8일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고용보험 취득자 현황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니토옵티칼은 한국옵티칼 구미공장이 전소된 뒤 2023년 8월까지만 30명을 신규채용했다. 그러나 해고자 7명을 고용승계하라는 요구는 들어주지 않고 있다.
▲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희망 뚜벅이 행진.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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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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