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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정은경 전 질병청장도 우려한 중학생 ‘정신건강’···코로나탓? 디지털기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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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강남구에서 22일 열린 청소년건강행태조사 20주년 기념 및 2024년 결과발표회에서 정선재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김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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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신건강지표에서 중학생이 급격히 나빠졌고, 고등학생보다도 더 안 좋은 결과가 나오는데 이유가 무엇일까요.”(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2일 열린 ‘청소년건강행태조사 20주년 기념 및 2024년 결과발표회’에서 전문가들의 우려가 쏠린 이슈는 중학생의 정신건강이었다. 이날 발표와 토론의 사회를 맡은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서울대 가정의학과 교수)은 “자살 관련 지표에서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악화된 역전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여쭤보고 싶다”고 했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이날 발표한 ‘2024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를 보면 청소년 정신건강 지표는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추세에 있다. 올해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42.3%였다. 지난해 37.3%에서 5%포인트 증가했는데 이는 2011년(42%)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우울감 경험률 또한 지난해 26%에서 올해 27.7%로 증가했다. 외로움 경험률은 2020년 14.1%에서 올해 18.8%로 늘었고, 중등도 이상 범불안장애 경험률도 같은 기간 11.2%에서 14.1%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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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24년 이뤄진 교육부의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중 스트레스 인지율 추이. 교육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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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중에서도 중학생의 정신건강 지표 악화는 조금 더 두드러졌다. 이날 청소년 정신건강 분야 발표를 맡은 정선재 연세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 인지율이나 자살 생각률 등에서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격차가 줄거나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더 안 좋은 수치가 나왔다”고 말했다.

정 교수가 학교급별로 정리한 데이터를 보면 중-고교생간 스트레스 인지율의 격차는 2005년 6.5%포인트에서 올해 2.1%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올해 고등학생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평균 43.4%였는데 중학생은 41.3%였다. 고등학생이 2022년까지 더 높은 수치를 보였던 우울감 경험률도 지난해부터 역전돼 올해에도 중학생(27.9%)이 고등학생(27.5%)을 앞선 경향이 이어졌다. 외로움 경험률 또한 2020년 고등학생 15.4%, 중학생 12.8%로 나타났던 격차가 올해는 고등학생 19%, 중학생 18.7%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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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24년 이뤄진 교육부의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중 자살 생각률 추이. 교육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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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과 관련된 정신건강 지표 또한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나쁜 수치를 보였다. 자살생각률은 2021년 이후 4년 연속으로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높게 나타났다. 올해는 중학생이 13.9%, 고등학생이 11.5%다. 자살 계획률도 2011년 이후 줄곧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높고, 자살 시도율도 지난 20년간 2020년을 제외하면 중학생이 고등학생보다 높았다.

이날 발제와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모두 중학생 정신건강 악화 추이가 더 가파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들은 코로나19,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에 따른 사회적 유대감 약화, 중학생 때부터 시작되는 학업 경쟁 강화 등을 중학생 정신건강 악화 관련 가설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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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2024년 이뤄진 교육부의 청소년건강행태조사 중 외로움 경험률 추이. 교육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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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코로나19였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은 기자와 만나 “지금의 중학생들이 코로나19 시기 초등학교 5, 6학년을 보내면서 겪은 활동의 제약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 저도 궁금하다”고 했다. 토론자로 나선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주관적 고통감은 중학생이 더 심한 것 같다”며 “코로나19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학습 단절이 있었고, 이로 인해 사회적 성숙이 조금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19 시기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이 중학교로 올라오며 사춘기, 학교급 변화를 겪으면서 적응이 힘들었던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며 “고등학생은 상대적으로 대입이라는 목표가 있어서 통제가 되는 반면, 중학생은 상대적으로 그럴 요인이 적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기기 사용에 따른 사회적 고립감 증대도 중학생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했다. 정 교수는 “중학생이 스마트폰 사용률 등에서 더 높은데 이 같은 패턴이 (중학생의) 높은 우울감과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고 했다. 정 교수는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데이터를 이용해 스마트폰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한 선행 연구도 있다고 했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은 “정신건강에 미치는 요인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더 구체적으로 연구를 해봐야 하지만 디지털 기기 사용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학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학생들까지 학업 스트레스를 겪게 된 탓에 중학생 정신건강 지표가 악화됐다는 견해도 있었다. 유석주 동국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학부모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고등학생이 느꼈던 학업 부담을 이제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이 느낀다고 본다”며 “경북 포항의 데이터를 보면 중학생들이 수면 시간도 줄어드는 등 연쇄적인 영향이 있다고 추정한다”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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