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장'에 '찬물'?… '코인 과세' 형평성, 어떤 기준에 맞추나

가상자산(암호화폐) 대장주 비트코인이 연일 신고점을 돌파며 10만 달러 고지를 눈앞에 둔 21일 서울 서초구 빗썸라운지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의 가상자산 과세 입법을 두고 반대 청원이 잇따른 가운데 가상자산업계에선 과세 시행에 대해 서로 다른 측면에서 불안감을 토로했다. 과세를 위한 데이터 추출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시각부터 '코인 불장'에서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폐지되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22일 국회전자청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게시된 '2025년 1월 1일 코인 과세 유예 요청에 관한 청원'의 동의자가 오후 3시 기준 6만6134명으로 집계됐다. 국회 청원은 청원 1개월 내로 5만명 동의를 모으면 관련 상임위에 회부돼 심의 대상이 되며 국회 본회의까지 올라갈 수 있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투자소득세에 대한 기본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추진해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상자산 투자로 1억원의 수익을 낸 경우 5000만원을 제한 금액에 세율 20%를 적용한 1000만원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지방세 2%(100만원)를 합산하면 세금은 1100만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에 대해 가상자산업계에서는 투자 심리가 냉각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과세가 거래소에 직접적인 세금 부담을 주지 않겠지만 소규모 투자자들은 과세에 대한 저항감을 느끼고 해외 거래소로 이동 가능성이 커질 것인데 빠져나갈 사람은 다 빠져나가고 세금 내는 사람만 억울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낸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하고 그 대부분은 대형 투자자들(고래)일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보편적으로 느낄 만한 세금부담이 실제론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는 해외 거래소를 통한 조세회피 가능성 등을 이유로 2년 더 유예하자는 입장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미국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은 가상자산도 자산으로 간주하고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에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도 보편적 기준에 부합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의 금투세 폐지 주장에 동의한 상황에서 가상자산 분야만 세금 된서리를 맞게 됐다고 하소연하는 투자자도 있다. 한 가상자산 투자자는 "주식에 붙는 금투세는 폐지하면서 가상자산에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형펑성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과세를 위한 거래 데이터 추출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모르겠다"며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여건에서 거래소들이 관련 시스템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부터 시행될 과세를 대비해 거래소들은 데이터 수집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할 상황이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과세가 가능하냐" 며 우려를 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민주당의 과세 입장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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