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처장단과의 면담에서 남녀 공학 반대 의견을 전달한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바닥에 공학 반대 문구가 적혀 있다. 2024.11.21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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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 전환에 반대하며 재학생들이 점거 시위를 벌인 동덕여대 사태가 공학 논의 중단과 학생들의 강의실 점거 해제로 일단락된 가운데, 최대 5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 ‘락카칠’에 대해 총학생회가 “학생회의 주도로 진행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3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한 취업박람회 기물 파손에 대해 총학생회와 대학 측이 서로 “변상할 수 없다”며 맞섰다.
“학생회 주도 아냐” vs “학생 대표 아니냐”
이같은 내용은 22일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대학본부 면담 질문지·속기록’에 드러났다. 동덕여대는 지난 21일 대학 처장단과 총학생회 및 단과대학 대표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 간 면담을 갖고 학생들의 시위로 중단됐던 대면 수업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속기록에 따르면 처장단은 총학생회가 공학 전환 반대 성명을 낸 뒤 단시간에 점거 시위로 이어지고 캠퍼스 곳곳이 락카칠과 밀가루·계란 투척 등으로 뒤덮인 것에 대해 “어떻게 하루만에 민주적인 절차로 그 모든 결정이 이뤄졌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학생 측은 “학생회 주도 하에 진행된 것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학우들이 분노로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이라며 “우리는 회의를 하고 있었으며, (상황을) 전해들었을 때는 이미 상황이 끝나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처장단은 “여기(면담 장소) 있는 여러분은 학생 대표가 아닌가”라며 “학생 대표가 몰랐던 것이라면 우리는 학생 개개인이 행동한 것에 대해 누구와 이야기하나. (학생들이) 학교와의 신뢰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총학에 대한 신뢰를 어떻게 가져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학생 측은 “학생회가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학생들이 이런 행동을 왜 했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달라”고 항변했다. 이어 “우리 책임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학생 대표인 우리가 상황을 관리하면서 절차적인 부분을 정상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동덕여대는 학생들의 시위로 인한 피해액이 최대 54억 4434만원에 달한다면서 락카 스프레이 등으로 뒤덮인 캠퍼스 내 건물과 디자인허브, 공연예술센터의 보수 및 청소에 최소 20억원에서 최대 5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동덕여대가 공학 전환을 논의했다고 알려지며 학생들이 반대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19일 오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 공학 전환 반대 팻말들이 붙어있다. 2024.11.19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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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원 못 내” vs “학교가 낼 생각 없어”
지난 12일 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2024 동덕 진로·취업 비교과 공동 박람회’의 부스 등 기물이 파손돼 참여 업체가 입은 피해(대학 추산 3억 3438만원)에 대해서도 양측은 “책임질 수 없다”고 맞섰다.
“외부 업체가 입은 손해에 대해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묻는 처장단의 질문에 학생 측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있는가”라며 “3억 3000만원 못 낸다. 우리가 어떻게…”라고 답했다.
이에 처장단은 “업체 측에서는 총학생회가 기물을 파손했다고 생각해 피해를 변상해달라는 입장”이라면서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오기 전까지도 학교가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 적 없다. 총학생회에서 안 했다면 그걸 한 사람을 찾아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학생 측은 “그에 대한 학교 본부의 입장이 어떤지 물어보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처장단은 “폭력적인 시위를 방치하는 건 다른 문제이고, 대학은 교육의 장”이라면서 “이 문제에 대해 여러분도 깊게 생각해달라. 법적인 부분은 아마 진행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에 학생 측은 “우리도 3억 3000만원을 낼 수 없다. 우리도 현장에 없었으니 대학 본부에서 논의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공개한 처장단과의 면담 속기록. 자료 : 동덕여대 총학생회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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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날 면담에서 대학 측은 향후 관련 논의를 재개할 경우 학생들과 협의를 통해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하기로 했다. 총학생회는 이를 전제로 강의실 봉쇄를 해제해 수업을 전면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총학생회는 “공학 전환에 대한 완전한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와 자발적인 수업 거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사태는 대학 발전방안의 일환으로 일부 단과대학을 공학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학생들이 반발하면서 촉발됐다.
총학생회는 지난 7일 “해당 안건이 논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본부는 지금까지 학생 대표인 총학생회 측에 단 한 마디의 언급도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총학생회는 11일부터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해 캠퍼스를 점거하고 수업 거부와 시위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모든 강의가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캠퍼스 곳곳이 락카 스프레이 등으로 뒤덮였다.
이에 대학 측은 학생들의 시위를 ‘불법 행위’로 간주하고 학교를 정상화해줄 것을 호소했다. 또 피해 금액이 최대 54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총학생회가 ‘공학 전환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와 수업 거부를 이어가고, 대학 측의 피해에 대한 배상을 둘러싸고도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동덕여대 사태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양측은 오는 25일 열리는 면담에서 피해 보상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동덕여자대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 논의가 알려진 12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학생들이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학교 측은 남녀공학 전환에 대해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2024.11.12 홍윤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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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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