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해병 국정조사’ 길 터준 우원식…25년 만에 野 단독 국조

우원식 국회의장은 22일 “이번 정기국회 안에 채 해병 순직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여야에 국정조사특위 위원 선임을 27일까지 요구했다. 국민의힘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야당만으로 국정조사를 개시할 수 있는 절차를 밟은 것이다. 야당 단독 국정조사가 열리게 되면 1999년 ‘IMF 환란 원인 규명과 경제위기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던 청년이 급류 속에서 맨몸으로 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목숨을 잃었다”며 “국가가 나서서,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히는 것은 지체할 이유가 없는 마땅한 책무이자 고인의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가 세 차례에 걸쳐 특검법안을 의결했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실현되지 못했다”며 “이제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국회의장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19일 여야에 채 상병 국정조사와 관련한 입장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 이에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22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쟁만을 양산하는 국정조사는 사양하겠다”고 밝혔다. 배 원내수석은 “마른 수건을 쥐어짠다고 더 나올 것은 없을 것”이라며 “저희는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국정조사에 응할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6~8월에 네 차례에 걸쳐 공수처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배 원내수석은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도 청문회(법사위), 현안 질의(행안위·국방위), 국정감사(행안위) 등을 진행했다. 더 이상 뭐를 하자는 말씀인가”라며 “여야 합의 없이 국정조사를 의결해 밀어붙이겠다는 국회의장과 민주당의 반민주적인 처사에 대해 용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5선 중진 안규백 의원을 국조특위 위원장에 내정한 더불어민주당은 특위 회의, 위원장 선임, 국조 계획서 채택 등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조특위가 구성되면 위원회의 의결로 증인·감정인·참고인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불출석한 증인에 대해서는 동행명령을 요구하거나 형사 고발할 수 있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2대 국회 개원 전날인 5월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의 증인 출석요구 및 형사 고발 권한을 언급하며 “국정조사나 현안질의나 청문회를 활성화해서 정부나 수사기관이 하지 않는 일들을 국회가 최선을 다해서 대신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야당이 주도해 개최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서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9명이 형사 고발됐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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