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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손 내민 한화오션에 HD현대 "원칙대로"…8조 군함전쟁 '변곡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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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 "국익 위해 협력" KDDX 공동 건조 띄워…HD현대重 "단독 건조가 원칙" 신중

'특수선 양강' 신경전에 늦춰지는 차기구축함 사업…"김동관·정기선 나서야" 지적도

뉴스1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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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수주를 놓고 극한 갈등을 벌여온 '특수선 양강'의 대치 전선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화오션(042660)이 HD현대중공업(329180)을 상대로 냈던 고발장을 취소하고 화해 무드를 조성하면서 '공동 개발·동시 건조' 가능성이 열린 분위기다.

HD현대중공업이 "KDDX는 원칙대로 우리가 단독 건조해야 한다"며 일단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과열 경쟁에 따른 정부의 고민이 큰 데다 KDDX 사업 지연 부담 등으로 인해 극적인 타협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화오션 "국익 위해 원팀으로"…KDDX '공동 수주' 띄워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이날 오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발 취소장을 제출했다. 지난 3월 KDDX 관련 군사기밀 유출 과정에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한 의혹을 밝혀달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지 8개월여 만이다.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은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2012년 10월부터 약 3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개념설계 자료 등 군사기밀 12건을 불법 취득해 회사 내부망으로 공유한 혐의(군사기밀 보호법 위반)로 기소돼 1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사건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2월 대법원 확정판결을 토대로 HD현대중공업의 부정당업체 지정 여부를 심의했는데, KDDX 사업 입찰 참가 자격은 유지하기로 했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죄책은 인정되나, 대표나 임원의 개입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한화오션이 이에 반발, 추가 고발에 나섰던 배경이다.

총 8조 원 규모(6척)의 KDDX 수주전을 놓고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당초 7월 예정이었던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도 차일피일 미뤄졌다. 업계는 경찰 수사 결과가 사업자 선정 방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지만, 한화오션이 고발을 취소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재계는 '공동 개발·동시 건조'를 겨냥한 한화오션의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 '이권보다 국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분위기를 조성, 과열 경쟁을 끝내려는 것이다. 공동 설계·동시 건조는 지난 9월 방사청이 밝힌 검토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화오션은 "정부의 원팀 전략에 적극 협조하고, 한편으로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체 간 상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도 고려했다"며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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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의 조감도.(HD현대중공업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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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원칙대로 단독 건조"…신중론 유지

HD현대중공업은 일단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늦었지만 한화오션이 고발을 취소한 데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환영하면서도 기존의 KDDX 단독 건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HD현대중공업은 "HD현대중공업이 공정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쳐 KDDX 기본설계 사업자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이미 수차례 확인된 사실"이라며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돼 KDDX 사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진행되길 희망한다"고 선을 그었다.

방위사업법에 따르면 KDDX 입찰에 참여하려는 조선사는 먼저 방산업체 지정을 받아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두 회사를 상대로 절차를 진행 중인데, HD현대중공업은 "선도함 건조 시 1개 방산물자에 대해서 1개 방산업체만을 지정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독자 지정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한화오션이 먼저 손을 내밀며 공을 넘긴 만큼 내부적으로 고민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HD현대중공업이 한화오션의 제안을 뿌리치고 다시 극한 갈등을 벌이면 KDDX 전력화 지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서다.

법적 다툼으로 비화한 이번 수주전을 놓고 재계에선 막역한 사이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은 이르면 다음달 중순쯤 결착을 볼 전망이다. 석종건 방위사업청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KDDX 사업과 관련해 "전력화 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해군 작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연내 사업추진 방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가까운 시일 내 결정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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