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가상자산의 대장격인 ‘비트코인’이 다시 달리고 있습니다. 이미 원화 기준으로 1억을 넘어섰고, 달러 기준으로 10만 달러를 목전에 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이후 비트코인은 파죽지세를 달리고 있습니다. 특히 가상자산 규제 기조가 강했던 개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사임이 발표된 이후 10만달러 돌파는 시간 문제라는 말이 나옵니다.
지금이라도 투자를 해야할지 손가락질이 근질거립니다. 정말 비트코인은 지구 상공을 뚫고 올라 ‘달까지’ 가려는 걸까요. 오늘은 비트코인 가격을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비트코인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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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지난 21일(현지시간) 비트코인은 9만90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한국 증시에서 ‘블랙 먼데이’를 불러온 8월 초만 보더라도 비트코인은 6만2000달러대였습니다. 딱 1년전인 지난해 11월 중순 3만7000달러대였습니다. 만약에 1년전쯤 비트코인을 샀더라면 최소 200%, 그러니까 2배 이상 수익률을 얻었다는 계산이 나오죠. 한국시간 기준으로 22일 오후 들어 9만8900달러대 다소 떨어졌지만 이같은 추세와 열기라면 10만 달러를 돌파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국내에서도 트럼프가 당선되기 전인 11월 5일 기준(업비트) 비트코인은 9600만원대였으나 22일엔 1억37000만원으로 이미 1억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에서 비트코인의 최근 1년치 가격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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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비트코인을 둘러싼 환경이 우호적입니다. 트럼프는 선거 때부터 ‘친 비트코인 대통령’을 자임했습니다. 가상자산을 규제하려고 한 개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을 바꾸고 관련해 대통령 자문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이때문에 비트코인은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슬슬 시동을 걸었죠.
트럼프가 당선됐고, 그가 말했던 대로 착착 이행되는 분위기입니다. 개리 겐슬러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내년 1월 20일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성명을 냈습니다. 그는 2021년 4월 SEC 위원장을 맡으면서 가상자산 산업에 규제를 추진해온 인물입니다. 2026년까지 임기가 남았는데도 사임하는 것을 보면 트럼프 정권의 의중이 반영됐을 겁니다. 바로 이날 비트코인이 9만9000달러대까지 오른 거죠.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가 금리 인하 기조를 가져가는 것도 비트코인의 상승 전망 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싼 금리로 돈을 빌려서 비트코인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거죠.
이에 최근들어 비트코인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CNBC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강세 시나리오에서 최대 150만 달러(약 20억9000만원)까지 급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세 시나리오가 아닌 기본 시나리오에서도 2030년까지 65만달러까지 간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보다도 7배 가량 높은 수준입니다.
국제금융센터에서도 21일 ‘비트코인의 질주는 계속될까’ 보고서에서 “77개 대형 가상화폐 투자자들(벤처기업, 헤지펀드, 고액자산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5년까지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강한 상승 모멘텀 혹은 변동성 장세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유동성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으로 유입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여전히 주목받을 자산은 비트코인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국내 투자자들도 대거 가상자산으로 달려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의 하루 거래대금이 22일 기준 약 1조900억원이었습니다. 코스피 전체 종목의 하루 거래대금이 최근 7조원대를 기록한다는 점과 비교하면 엄청난 숫자입니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업체 얼터네이티브 사이트 |
지금이라도 ‘코인 열차’에 탑승해야 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시죠?
그러나 단기 조정 가능성은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10만 달러’라는 상징적 숫자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가상자산을 보유해온 사람들이 ‘10만 달러’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습니다. 이쯤에서는 차익실현을 하는 것이죠.
국제금융센터도 “(미국) 선거일 이후 기록적 상승세를 보인 비트코인은 과열 상태이며, 가격에 이미 많은 호재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한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단서를 달았습니다.
주식시장에서 공포지수라는 지표가 있듯이 가상자산에도 ‘공포 지수’가 있습니다. 가상자산 데이터 제공 업체 얼터네이티브 자료를 보면, 22일 기준 가상자산 탐욕·공포 지수는 전날보다 12포인트 오른 94포인트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2021년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이 수치는 100에 가까울수록 시장이 극단적으로 낙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극단’은 원래 위험한 법이죠.
최근 비트코인 급등과 투자 흐름을 보면서 2021년 출간된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공채가 아닌 특채로 입사한 흙수저 3인방의 가상자산 투자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이더리움의 가격 변동에 따라 3명의 여성 심리와 상황을 잘 묘사했는데요. 은상 언니가 먼저 이더리움 투자를 시작하죠. 다해는 한발 늦게 시작하고 이 둘의 단톡방 이름이 ‘To the moon(달까지 가자)’ 였습니다. 가상자산 투자를 나쁘다고 본 막내 지송은 가장 뒤늦게 합류합니다. 소설은 오르락 내리락 가상자산 그래프와 함께 희노애락을 담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이들은 ‘달까지’ 가기 전 지금에 비교하면 아마도 지구 상공 수천 킬로미터 앞쯤에서 하차했습니다. 은상 언니는 30억대를 벌고 회사를 때려치우고 수입차를 구매했고 부동산 시장을 넘보고 있었고, 다해도 3억원쯤 벌고 여전히 회사를 다니며 월세에서 전세로 이사하려고 합니다. 뒤늦게 열차에 탑승했지만 그래도 돈을 번 지송은 회사를 그만두고 흑당 버블티 사업에 뛰어는 걸로 소설은 마무리 됩니다.
이들은 ‘달’에 도착하기 전에 지구에서 잘 착륙한 것 같죠? 가상자산이든 주식이든 투자라는 이름의 열차는 사실 탑승의 문제가 아니라 착륙이 관건일 수 있습니다. 투자는 결국 자신의 몫입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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