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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전기차 바퀴가 '트럼프의 늪'에 빠지는 날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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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교수, 김정덕 기자]

자국 산업 보호, 반反친환경차 정책, 중국산 수입품 제한과 관세 부과….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의 정책적 방향이다. 세계 각국이 트럼프의 재집권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에 따라 '수출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미對美 수출 1위 품목(2023년 기준)인 자동차 부문은 따져볼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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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돛을 올리는 트럼프 2기 정부.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은 많은 영역에서 기대보단 우려를 사고 있다. 자동차 부문도 그렇다. 연속 집권이 아니어서 집권 초반에 다양한 시행착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이슈➊ 반反친환경차 = "전기차와 친환경 정책은 사기다." 트럼프 당선인이 줄기차게 해온 주장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전기차 의무 판매제와 전기차ㆍ배터리 보조금 지원 정책을 완전히 취소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당연히 미국 내 친환경차 활성화 흐름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 인수팀은 IRA에 근거한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최대 7500 달러)의 폐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RA를 폐지하려면 의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플랜B를 모색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전기차 구매 세액공제가 최소한 개정이라도 될 수 있다는 거다.

이런 상황은 2022년 76억 달러(약 10조원)를 들여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올해부터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 현대차그룹에 예민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반反전기차 정책을 편다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걸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그러면 미국 내에서 생산한 신차는 모두가 '메이드 인 USA'인 만큼 트럼프의 미 우선주의(America first)도 피해갈 수 있다.

■ 이슈➋ 보편적 관세 = 다만 국내에서 생산한 완성차의 대미對美 수출은 고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국가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쳐 왔기 때문이다. 이는 수출 완성차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대미 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수입을 늘려 보편적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지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듯하지만, 자동차 부문에선 좀 더 치밀한 대안이 필요하다. 자동차는 대미 수출 1위(2023년) 품목이어서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의 입지가 부쩍 단단해졌다는 점도 역설적이지만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견제를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2023년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0.7%였다. 같은 기간 판매량도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트럼프가 '우방국이라도 예외를 두지 않겠다'고 선언한 만큼, 미국 완성차업체들의 견제가 심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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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➌ 기울어질 운동장 = 트럼프 2기 정부가 반친환경차 정책을 편다고 해서 모두가 같은 타격을 받는 건 아니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는 반친환경차 정책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은혜를 갚겠다고 마음먹는다면 테슬라가 자율주행 운행허가 등 제도적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똑같은 전기차 생산업체라고 해도 각각의 기업이 느끼는 타격감은 완전히 다를 거란 얘기다.

운동장이 기울어진다면 현대차그룹의 고민도 깊어질 게 뻔하다. 경쟁자인 테슬라가 '트럼프 날개'까지 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다. 이 때문에 품질 좋은 저가형 전기차의 보급은 현대차그룹으로선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3000만원 초반의 가성비 좋은 전기차' 생산은 이제 기본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 이슈➍ 미중 갈등 = 트럼프 2기 정부의 등장에 따른 간접적 영향도 살펴봐야 한다. 그 가운데 가장 우려스러운 건 중국과의 갈등 심화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6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거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온다.

특히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중남미 특사와 미주개발은행 총재를 지낸 마우리시오 클래버 커론은 최근 "대규모 중국 자본이 들어간 페루 창카이 항을 거치는 모든 물품에 60%의 관세를 매겨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우회적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제품까지 차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중국산 전기차ㆍ배터리가 미국 시장에서 막히면 미국 외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ㆍ배터리는 더 많아진다. 그에 따라 시장 가격이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외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 여건이 더 악화할 것이란 얘기다. 따라서 이를 염두에 둔 업계와 정부의 대안이 필요하다.

[※참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산 원료의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 배터리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면 결국 미국 전기차 제작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원료 수입처 다변화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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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슈➎ 내연기관차 부활 = 마지막 변수는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친환경차와 기후위기대응에 부정적이다. 미국에 석유자원이 많다는 점에 근거한 생각이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더딜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우리로선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지만, 호재도 따져봐야 한다. 되레 내연기관차가 조명을 받으면 우리도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이처럼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에 대비해 우리 정부와 기업은 따져봐야 할 게 많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현명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언급했듯 대미 수출이 1위인 자동차 부분은 특히 그렇다. 어쩌면 지금이 골든타임일지 모른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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