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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전쟁범죄 혐의’ 네타냐후에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 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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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물·식량·의약품 의도적 박탈 근거
이스라엘 “반유대주의적 조치” 강력 반발
바이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동등하지 않아”


매일경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왼쪽)와 요아브 갈란트 전 국방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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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가자지구 민간인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과 식량 등을 고의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전쟁범죄 혐의를 인정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서방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ICC가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은 처음이다.

21일(현지시간) ICC는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와 더불어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5월 20일 카림 칸 ICC 검사장이 영장을 청구한 지 6개월 만이다.

ICC는 성명에서 “작년 10월 8일부터 최소한 올해 5월 20일까지 저질러진 반인도주의 범죄와 전쟁범죄에 대해 네타냐후와 갈란트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사용하고, 살인·박해 등 비인도적 행위를 저지른 공범”이라며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할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장관이 가자지구 민간인의 생존 필수품을 고의로 박탈했다고 ICC는 판단했다.

ICC는 “식량과 물, 전기, 연료, 특정 의료용품 부족이 가자지구 민간인 일부의 파멸(destruction)을 야기하는 환경을 조성했다”라며 “영양실조와 탈수로 어린이 등 민간인의 죽음을 초래했다고 믿을 근거가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전쟁 관련 사건을 다룰 사법관할권이 ICC에 없다는 이스라엘 주장도 반박했다. ICC는 “이미 2021년 재판부가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까지 관할권을 확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라며 “이스라엘이 ICC의 관할권을 받아들일지가 (영장 발부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ICC 가입조약인 ‘로마규정’에 따라 124개 회원국은 원칙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장관이 앞으로 자국을 방문할 경우 체포영장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 한국도 ICC에 가입돼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들에 대한 영장이 집행될 가능성은 작다. 미국과 이스라엘,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은 ICC 협약 회원국이 아니다. 회원국들이 체포 영장을 집행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체포되지 않고 해외를 방문하고 있다. 러시아 석유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ICC 회원국 몽골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9월 방문했을 때 체포는커녕 환영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이 올해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참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ICC의 영장 발부에 강하게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연설에서 “우리를 파괴하려는 적들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자연적 권리의 행사를 방해하려는 것이 이번 반유대주의적 조치의 목적”이라고 비난했다. 갈란트 전 장관은 엑스(X)에 “ICC가 이번 결정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살인 지도자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유아 살해, 여성 성폭행, 노인 납치 등을 정당화했다”며 “살인과 테러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올렸다.

미국도 ICC의 영장 발부를 강력히 비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지도자들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 발부는 터무니없다(outrageous)”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결코 동등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이스라엘이 처한 안보 위협에 맞서 늘 이스라엘과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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