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미약품 모녀·신동국 지지했던 소액주주 대표, 경찰에 고발당해

서울 송파구 한미사이언스 본사. /뉴스1

한미사이언스 경영권 분쟁에서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3자 연합’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소액주주 대표와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의 대표가 경찰에 고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소액주주의 의견을 무시한 채 3자 연합에 대한 지지를 표명해 경영권 분쟁이 종료된 듯한 신호를 시장에 줘서 한미사이언스 주가를 떨어뜨렸고,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는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발인은 이 과정에 신 회장이 직접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주장한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주행동 플랫폼 ‘헤이홀더’를 운영 중인 허권 변호사가 이날 오전 이상목 액트(법인명 컨두잇) 대표이사, 윤태준 액트 지배구조연구소장, 이준용 전 한미사이언스 주주연대 대표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앞서 지난 1일 이준용 전 대표는 이달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3자 연합을 지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씨는 당시 액트에 모인 한미사이언스 주주 1215명을 대표했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들 소액주주가 보유한 지분 2.26%가 3자 연합의 손을 들어줬다고 해석했다. 3자 연합의 지분율이 48.13%였던 만큼, 여기에 소액주주가 합세하면 임종윤·임종훈 형제와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이준용 전 대표의 선언을 경영권 분쟁의 종료 신호로 받아들였고, 1일 주가가 24% 넘게 급락했다.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결국 이 전 대표는 다음날 3자 연합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이번에 고발장을 낸 허 변호사에 따르면, 이준용 전 대표는 지난 3월 액트 내 한미사이언스 주주대표로 선출된 바 있다. 투표에 참여한 주주는 총 25명으로,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전체 발행 주식의 0.1%였다고 한다.

허 변호사는 “이준용 전 대표는 선출된 이후 이상목 대표, 윤태준 소장 등과 주주연대 명목으로 여러 행동을 했다”면서 “그러던 중 신동국 회장이 10월 29일 이들에게 주주 간담회를 제안했고, 30일 이들은 한미사이언스 주주 대표 자격으로 신 회장과 면담했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주주연대 일동’ 명의로 3자 연합에 대한 지지를 공개 선언하기 바로 전날이었다.

허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이 전 대표 등이 주주들의 의견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개 지지 선언은 다른 주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이 전 대표 등의) 4인 단톡방에서 나온 결정”이라며 “액트에 가입한 주주들의 지분 2.26%가 3자 연합을 지지한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다”고 강조했다. 허 변호사는 이 전 대표 등의 이 행위가 자본시장법 제178조의2 제2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상장 증권의 가격에 대해 타인에게 잘못된 판단이나 오해를 유발하는 행위, 즉 시장질서 교란 행위라는 것이다.

아울러 허 변호사는 이 전 대표 등이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하기에 앞서 2영업일 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위임장 용지 및 참고 서류를 제출하고 의결권 피권유자들에게 위임장 용지 및 참고 서류를 교부해야 했으나 이를 생략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는 자본시장법 제152조 제1항, 제153조를 위반한 행위라는 게 허 변호사 측 주장이다.

허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이 전 대표가 아닌 이상목 액트 대표가 주도했다고 주장하며, 신동국 회장도 공모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신 회장은 피고발인들에게 면담을 급하게 요청했고 다음 날 면담이 이뤄졌으며, 그 다음 날 피고발인들이 액트 플랫폼에 모인 주주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급하게 3자 연합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면서 “피고발인들은 액트가 3자 연합 또는 그 특수관계법인과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업무 위탁 계약을 맺고 경제적 이익을 얻게 할 목적으로 이 사건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한 것으로 볼 수 있고, 신 회장과의 공모 가능성에 대해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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