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비트코인 9만 달러 돌파 후 : 가상화폐 대통령의 公言과 空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강서구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9만 달러(약 1억2500만원)를 돌파했다. "가상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선에서 승리한 게 호재로 작용했다. 트럼프가 친親가상화폐 정책을 펼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려서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우려할 만한 변수도 있다.

더스쿠프

비트코인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가상화폐 대장인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발적인 오름세를 띠고 있다. 변곡점은 미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5일(현지시간)이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5일 오전 5시께 6만6787.68달러를 기록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대선 투표가 본격화하면서 가파른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미 대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6일에는 7만4000달러대로 상승했다. 대선 기간 내내 친親가상화폐 성향을 드러낸 트럼프의 승리에 시장이 반응한 결과였다.

비트코인 가격은 그 이후에 더 치솟았다. 11일 오전 3시께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8만425.73달러를 기록하며 8만 달러를 돌파했다. 3일 뒤인 14일(0시)엔 9만 달러(9만1661.19달러)까지 넘어섰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참고: 비트코인은 지난 22일 오전 4시께 9만9055.71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자 시장에선 비트코인 가격이 10만 달러를 넘어 20만 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긍정론과 신중론이 교차한다. 기대가 큰 만큼 우려스러운 점도 적지 않아서다. 비트코인은 과연 어디로 흐를까.

■ 긍정론 = 시장은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상화폐 시장의 규제를 대폭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근거다. 트럼프 당선인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7월 27일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 2024에서 "미국을 가상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8월에도 "미국을 가상화폐의 수도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자신의 말을 지켜보라는 듯 트럼프 2기 행정부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 ment Efficiency)'의 수장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앉힌 것도 가상화폐 시장에선 호재로 통하고 있다. 머스크 CEO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대선 이후 트럼프의 행보도 기대감을 높인다. 지난 18일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플랫폼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는데,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두 사람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사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더스쿠프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당선인이 최대 주주(지분 53.0%)로 있는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이 가상화폐 거래소 백트(Bakkt)를 인수하려 한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트럼프 미디어가 백트 인수 협상의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가상화폐 시장의 발목을 잡았던 가장 큰 리스크는 증권성 논란이었는데, 트럼프 2기 정부의 금융당국은 가상화폐에 증권법을 적용할 때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신중론 = 하지만 우려할 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변수는 기준금리다.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타려면 기준금리 인하가 선행해야 한다. 금리가 떨어져 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나야 가상화폐 시장도 수혜를 누린다. 문제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금리인하 기조'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가 제1공약으로 꺼내든 자국 우선주의와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렇다고 금리를 결정하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트럼프 마음대로 통제할 수도 없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사퇴를 요구해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며 "미 대통령은 연준 이사진을 해임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에 파월 연준 의장을 해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비트코인을 미국의 전략적 자산으로 비축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현실화할지도 의문이다. 이를 위해선 미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들은 비트코인을 전략적 자산으로 삼을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을 가상화폐 시장이 아닌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이 결정하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올해 1월 11일 비트코인 현물 ETF가 출시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ETF의 자금 흐름을 따랐다. ETF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면 가격이 오르고 빠져나가면 가격이 떨어진다는 거다.

이런 흐름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융정보 플랫폼 파사이드 인베스터(Farside Investors)에 따르면, 비트코인 ETF에서 지난 14일과 15일 각각 4억70만 달러, 3억7000만 달러가 순유출했다. 이 기간 비트코인 가격은 9만3000달러대에서 8만7300달러대로 하락했다.

더스쿠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시장에선 트럼프 2기 정부가 펼칠 친가상화폐 정책의 수혜가 비트코인이 아닌 알트코인에 쏠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증권성 논란에서 이미 벗어났다"며 말을 이었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가상화폐 규제 완화 정책의 수혜는 증권성 논란이 있는 알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에 집중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핵심 정책이 자국 우선주의라는 점도 스테이블코인을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이 확대할수록 담보로 사용하는 달러의 지배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 중인 스테이블코인 중 열에 아홉은 달러를 담보로 삼고 있다."

[※참고: 스테이블코인은 1코인이 1달러의 가치를 갖도록 설계된 가상화폐다. 변동성이 높은 가상화폐는 구매력을 가질 수 없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보장해줄 담보가 필요한데, 그 중심에 달러가 있다.]

재집권한 트럼프 시대엔 그의 공언대로 가상화폐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까. 시장의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전망이 현실화할지는 의문이다. 일정기간 관망이 필요하단 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Copyright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