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혈모세포이식 환자 50%, 이식편대숙주질환 발생
환자 70% 스테로이드에 반응 없어···2차치료 필요
2차치료에도 절반정도 효과···효과적인 새옵션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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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차리고 보니 항암치료 세 번째 사이클이 끝나 있었습니다. 여동생으로부터 공여받은 조혈모세포로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직장에 복귀할 만큼 컨디션이 회복됐을 땐 ‘이제 다 지나갔구나’ 하는 안도감마저 들었죠. 그런데 어느날 약간의 미열과 함께 피부가 가렵고 울긋불긋해지는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서경아(29·가명) 씨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진단돼 조혈모세포(Haematopoietic Stem Cell) 이식을 받은 후 찾아온 합병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혈모세포는 말 그대로 혈액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다. 주로 골수에서 자가복제와 분화를 통해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신체의 혈액세포가 항상 일정한 수를 유지하도록 만들어낸다. 백혈병, 재생불량성빈혈, 면역결핍 등으로 조혈모세포가 손상되면 미성숙한 혈구를 만들거나 혈구 생산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이럴때 고용량 항암제나 방사선 등으로 병든 조혈모세포를 없애고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넣어주는 치료가 조혈모세포이식이다. 조혈모세포 이식은 크게 본인의 세포를 고쳐서 다시 넣어주는 ‘자가이식’과 가족 등 타인의 세포를 넣는 ‘동종이식’으로 나뉜다. 질병이 100% 재발하지 않는다고 보장하지는 못해도 치료 가능성을 높이고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어 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 조혈모세포 이식 후 100일 지나도 안심 못해…절반은 합병증 발생
국내 조혈모세포 이식은 2017년 1466건에서 2023년 1794건까지 늘었다. 덩달아 이식편대숙주질환 발병률도 증가하고 있다. 조혈모세포 이식 후 100일 이전 발생하면 급성, 100일 이후 발생하면 만성으로 구분하는데 발병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더욱 문제다. 초기 증상은 보통 구강 점막에서부터 나타나고 이후 피부, 손톱, 눈, 근육, 관절, 신경, 간, 신장, 생식기, 심장 등 전신에 동시 다발적으로 숙주반응이 나타난다. 서씨의 경우 전신을 뒤덮는 붉은 발진과 가려움증에 시달리다 손발이 굳는 증상이 악화돼 직장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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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제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장(혈액내과 교수)은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혈액암 환자에서 암 재발을 제외한 주요 사망 원인”이라며 “전체 환자의 42%가 진단 당시 4개 이상의 장기에 숙주 반응을 앓아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심한 경우 전신에 화상을 입은 것처럼 탈모가 오고 피부가 짓무르기도 해 환자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이 상당하다. 숙주반응으로 인한 외관상 변화가 큰 환자들은 크게 위축돼 암 재발 못지 않은 고통에 시달린다. 그러다 폐와 간에 숙주반응이 나타나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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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특화된 의약품은 유일···“환자 삶의 질 개선 기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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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원 세브란스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그동안은 2차 치료 후에도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의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다시 스테로이드를 포함한 병용요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부작용 위험이 높아 고민이 많았다”며 “3차 이상 단계에 쓸 수 있는 혁신적인 치료 옵션이 생긴 만큼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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