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뇽(프랑스)=AP/뉴시스]지난 9월5일 지젤 펠리코트(가명, 가운데 왼쪽)가 변호사 스테판 바보뉴(오른쪽)와 함께 프랑스 아비뇽 법원을 떠나고 있다. 전 남편이 먹인 약물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약 50명의 남성에게 성폭행당하고, 이를 전 남편이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피해를 입은 그녀는 23일 아비뇽 법원에서 처음으로 증언대에 섰다고 BBC가 보도했다. 그녀는 "성폭행 사건에서 수치스러워 해야 할 사람은 범인들이지 피해 여성이 수치스러워 해야 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모든 피해 여성들이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24.1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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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프랑스에서 50명의 모르는 남성에게 성폭행 당한 뒤 공개 재판에 나선 피해 여성이 법정에서 "부끄러움은 가해자의 몫"이라며 "이젠 마초적(남성 우월적)이고 가부장적인 사회가 바뀌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피해 여성 지젤 펠리코는 지난 19일(현지시각) 프랑스 남부 아비뇽 법원에서 열린 재판의 최후 진술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지젤의 전 남편 도미니크 펠리코(72)는 2011년 7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아내의 술잔에 몰래 진정제와 수면제 등을 넣어 의식을 잃게 한 뒤 온라인상에서 모집한 익명의 남성을 집으로 불러들여 아내를 성폭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도미니크의 제안에 응해 지젤을 성폭행한 남성 50여명도 함께 재판에 넘겨져 지난 9월부터 도미니크와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전 남편 도미니크와 일부 피고인만이 범행을 인정했고, 다른 피고인 30여명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들은 지젤을 성폭행할 의도가 없었다며 모든 책임을 도미니크에게 돌렸다.
재판을 모두 지켜본 지젤은 "내게 이것은 비겁함에 대한 재판"이라며 "이 남성들에게 말하고 싶다. 어떻게 움직임이 없는 신체를 보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그 방을 떠날 수 있었느냐. 이들은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제 강간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강간은 강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사건 가해자들은 그 누구도 사건에 대해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았다. 도미니크의 범행은 그가 2020년 9월 동네의 한 슈퍼마켓에서 휴대전화로 여성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가 적발돼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그의 전자기기를 압수했고, 이때 지젤에 대한 범행도 드러난 것이다. 당국 조사 결과, 그의 USB에서는 아내가 강간당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물들을 포함, 2만개가 넘는 불법 촬영물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재판에는 이들의 세 자녀도 출석했다. 지젤과 도미니크의 두 아들 역시 법정에서 부친을 엄히 처벌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 재판은 늦어도 내달 20일 전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재판 초기 피고인들의 변호인은 그들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재판을 비공개해야 한다고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피해자인 지젤이 "부끄러움은 피해자가 아닌 피고인들 몫이어야 한다"고 주장,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공개 재판을 희망해 모든 과정이 언론과 방청객에게 공개됐다.
이에 그의 재판이 열릴 때면 지지자가 몰려 그를 응원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9월에는 이번 사건에 대해 그녀를 지지하고, 가해자들을 규탄하는 침묵 시위가 열려 수백 명의 남녀가 참여하기도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y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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