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한국 경제가 이런 형국에 빠져 있습니다. 4대 그룹 등 16개 주요 기업의 사장들이 이례적으로 긴급성명을 냈습니다. 상법개정안 논의를 중단하고 첨단산업 투자를 지원해달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동안 재계의 민원이나 입장은 경제단체가 도맡았지요. 경제단체는 정부에 건의서를 내고 국회를 찾아다니고, 토론회를 열어 경제활동에 필요한 요청을 거듭했습니다. 과거 청와대에 건의서를 내기도 했지요.
그러나 아무런 메아리가 없는 호소였습니다. 그러자 사장들이 직접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경영현장에 있어야 할 사장단이 얼마나 절박하면 이렇게 했을까요?
정치가 경제의 앞길을 가로막는 건 시장경제 국가에선 대한민국이 거의 유일할 겁니다. 주 52시간제로 근로시간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려 수많은 자영업자가 알바를 내보내고 그래도 못 버티면 최저임금을 주지 못해 범법자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여기에 더해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됐지요.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에 더해 상업개정안을 내놓았습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게 골자입니다. 수많은 주주와 외국 투기자본이 소송하면 소신껏 경영하기 어렵습니다. 주주 보호라는 취지는 좋지만, 소송남발 같은 부작용이 고려되었을지 의문입니다.
정부의 정책은 무기력한 양상입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주52시간제 족쇄라도 풀어줘야 한다는 재계의 요청이 있지만, 국회 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이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경제 규모가 지금보다 한참 작았던 때 만들어진 상속세 개편에도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경제를 이렇게 옥죄고도 경제가 잘되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로 보입니다.
김동호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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