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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암 경험자의 사회복귀를 돕는 방법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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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제6회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 심포지엄'에 참가한 양한광 국립암센터 원장 등 병원 관계자와 발표자, 토론자, 암경험자들. 국립암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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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국립암센터가 주최한 ‘제6회 국립암센터 공공보건의료 심포지엄’에 다녀왔다. 심포지엄 주제인 ‘암환자 사회복귀와 경제활동’이 내가 부이사장을 맡고 있는 캔프협동조합의 주요 관심사여서 발표와 토론을 흥미롭게 들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암 경험자 243만 명 중 치료 때문에 일을 중단했다가 치료 후에도 취업에 실패한 사람이 70%에 이른다는 통계가 눈길을 끌었다. 암 경험자의 재취업, 사회복귀가 저조한 이유로는 신체 건강의 문제, 우울 불안과 같은 정서적 문제, 재발에 대한 두려움, 암 환자는 제 역할을 못할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 국가 차원의 암 경험자 지원 프로그램의 부족 등이 꼽혔다.

심포지엄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것처럼 암 경험자의 경력단절이나 사회복귀 실패는 개인적으로도 국가경제 측면에서도 큰 손실이다. 정부의 제3차 암관리종합계획(2016~2020년)에는 암 예방, 검진, 진단, 치료의 수준을 넘어 암 치료 이후의 삶을 돕는 ‘암 생존자 통합 지지’라는 개념이 포함돼 있는데, 암으로 인한 경력단절 극복이 핵심 내용이다.

국립암센터가 2018년 시작한 암 경험자 사회복귀 지원사업을 통해 설립된 암환자 사회적협동조합 다시시작의 안연원 이사장을 심포지엄 현장에서 만났다. 1999년 유방암 첫 진단을 받은 이후 재발 등을 겪었던 안 이사장에게서 긍정 에너지와 열정이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살려 항암치료 중인 환자를 위한 건강(저자극) 비누를 제작 판매하고 암경험자 커뮤니티 운영, 창업-일자리 제공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립암센터의 암 경험자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라우라픽을 설립한 나미란 대표는 유방암 3년 차인 사진작가다. 암을 겪으면서 느꼈던 삶의 의미를 실천하고 싶어 회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개인적인 작품 활동도 하지만 암 경험자들이 힐링이 되는 사진 강의를 하고, 직접 사진을 찍어줄 때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삭발을 하고 진하게 화장을 한 얼굴 사진을 새긴 명함이 인상적이었다.

안 이사장이나 나 대표처럼 암을 긍정적인 삶의 계기로 반전시키는 암 경험자는 많지 않다.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재발에 대한 두려움과 타인의 편견 때문에 암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암 치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겪는 경력 단절은 개인적 차원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쉽지 않다. 국립암센터 같은 정부, 공공기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암 경험자와 가족들이 조합원인 캔프협동조합의 홍유진 이사장은 패널 토론에서 “스위스, 독일처럼 암 치료 중에도 기존 월급을 받으면서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하는 법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며 “암 경험자의 상황, 필요에 따라 맞춤형 사회복귀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지역사회 지원 연계, 자조-자립활동 지원, 네트워크 활동 지원, 사회적경제기업 발굴 육성 등을 통해 암 경험자의 사회복귀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국립암센터의 내년 목표가 꼭 현실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암환자의 성공적인 사회복귀와 사회적 책임 구현을 위한 제도적 지원방안 및 사업을 제시해 암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과 희망을 주겠다”는 국립암센터 양한광 원장의 목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한국일보

홍헌표 캔서앤서(CancerAnswe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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