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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김경식의 이세계 ESG]트럼프도 못 막는 재생에너지 이행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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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의 기세가 날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미 우리는 45대 대통령 트럼프를 경험한바, 이러한 기세가 미풍이나 허풍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이민자 추방, 연방정부 권한 축소, 중국을 비롯한 적대국에 대한 슈퍼관세 등은 상당 부분 추진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에너지 관점에서 봐야 하는 것은 그의 기후 관련 정책이다. 취임과 동시에 파리협약 탈퇴, 전기차 의무화 정책 폐지, 풍력발전 프로젝트 중단 등이 예상되고 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이러한 몇 가지 정책 변화를 두고 기후정책 전반의 진화 방향성을 부정하고 다시 화석에너지 시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꿈틀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 이행기’다.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돌보다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청동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청동기시대가 끝난 것은 구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청동기를 만드는 주석을 구하기 어려울 때 철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주석은 소수 지역에 부존했고 운반도 어려웠다. 그렇다보니 청동기는 모든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수 지배층을 위한 장식품이 되었다. 그에 반해 철은 민주적 소재였다. 철광석과 이를 용융·환원하는 목탄은 세계 어디에나 있었다. 풍부하고 단단해서 농기구도 만들고, 무기도 만들고, 바퀴를 만들어 사람과 물자의 이동을 원활하게 했다.

탄소 감축에 그린수소 경쟁력 높아

시간이 흐르면서 철광석으로 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연료(환원제)도 바뀌게 되었다. 목탄을 만드는 나무가 고갈되어 사막화될 때 석탄이 발견되었다. 환원제인 석탄도 이제 가스를 거쳐 그린수소로 전환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석탄보다 그린수소가 인류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이다. 여기서 풍요로움은 탄소 감축뿐만 아니라 새로운 연원료의 등장이 일자리를 더 만들어주고 부가가치를 높여주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담보해주기 때문이다. 동시에 인류의 에너지원도 바뀌고 있다. 나무에서 석탄으로, 석유로, 가스로, 이제 재생에너지와 동시에 그린수소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 또한 나무가, 석탄이, 석유가, 가스가 고갈되어 그런 게 아니다. 이러한 ‘시대 이행기’에 우리는 트럼프를 맞았다.

질풍노도의 트럼프는 이 ‘시대의 이행’을 되돌릴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이 또한 이유는 간단하다. 과반수의 미국 국민이 화석에너지보다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를 지지하고 있고, 이것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더 많아지고 있고, 이것이 미국이 가진 강력한 경쟁우위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주에서 재생에너지가 석탄발전보다 더 저렴해졌다. 특히 아이오와 등 풍력발전 투자 상위 5개 주와 신규 청정에너지 투자의 3분의 2가 집중된 오클라호마, 텍사스, 사우스다코타는 주지사가 공화당 소속이다.

더 후퇴하기 어려운 것은 그린수소의 경쟁력이다.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생산하는 그린수소는 모든 인류가 지향하는 마지막 에너지 목적지다. 2023년 현재 미국의 그린수소 생산원가(㎏당)는 약 5달러(7000원) 수준이다. 2030년 말에는 약 1달러(1400원)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럽은 현재 약 7유로(1만원)다. 수소환원제철을 준비하는 EU의 철강회사들은 7유로로는 경쟁력이 없어 수소환원제철이 불가능하다며 EU와 각국 정부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원가를 계산해볼 정도의 그린수소가 없다. 앞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미국의 그린수소는 셰일혁명보다 더 강력하게 세계 에너지시장을 흔들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가진 이 경쟁력을 버리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가 되돌리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이미 전 세계가 탄소중립을 향한 전환에 깊숙이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제조활동에서 재생에너지를 사용해야 하는 RE100은 미국 기업들이 더 강조하고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한국 반도체회사들의 RE100이다. 글로벌 ESG공시도 되돌릴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기업가능성보고지침(CSRD)과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에서 요구하는 각종 공시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그 핵심은 기후 관련 사항이다.

‘유상할당’ 배출권 거래 활성화를

문제는 대한민국 재생에너지다. 탄소중립과 관련한 정부 정책은 파리협약에 따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700여개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재생에너지 확대로 연계되어 있다. NDC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를 확대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유엔에 2025년 2월까지 2035 NDC를 제출해야 한다. 현 2030 NDC가 2018년 대비 40% 감축이므로 2035 NDC는 후퇴금지 원칙에 따라 40% 이상을 제출해야 한다. 문제는 2030 NDC 40% 감축도 불가능한데 ‘40% 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전력계통망 부족으로 현재 재생에너지 투자를 해도 2031년 이후에 계통 접속이 가능하다. 2030 재생에너지 목표(21.6%)는 불가능하고 계속 10% 이하에 머물 것이다.

하나의 대안이 배출권 유상할당 확대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된 2015년 대비 탄소 배출량은 할당 업체 전체적으로는 2.6% 줄었고, 발전부문은 12.1% 감소했으나 철강부문은 7% 증가했다. 발전부문은 유상할당을 하고 있으나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등은 무상할당을 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 제4기(2026~2030)부터 발전부문은 100% 유상할당을 하고 나머지 부문도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 단, 유상할당으로 조성된 자금을 그 기업의 탄소 감축 투자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꼭 필요하다. 이러한 자금이 그린수소와 수소환원제철 투자 같은 곳에 요긴하게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탄소 감축과 그린수소로의 이행은 트럼프도 되돌리지 못하는 방향이다. 우리도 빨리 가야 하고 그 길은 유상할당 확대를 통한 배출권 거래시장의 활성화다.

경향신문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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